˝사랑의 아름다움 깨달을 것˝ <로미오와 줄리엣> 손병호&배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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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올해 그의 작품이 많이도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12월, 셰익스피어가 남긴 세기의 로맨스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문근영과 박정민의 무대도 궁금하지만, 로렌스 신부 역을 맡은 손병호와 줄리엣의 유모 역을 맡은 서이숙·배해선이 후배들의 연기를 탄탄히 받쳐줄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지난 14일, 손병호와 배해선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Q 개막까지 4주 정도 남았는데,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배해선: 일단 지금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 단계에요. 작품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 열어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제까지 여러 장르에서 많이 다뤄졌던 작품이라서, 관련된 책자나 대본을 방대하게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배우들이 가진 색깔이 워낙 확실하기 때문에 방향성만 어느 정도 정해지면 본인들이 스스로 잘 해나갈 것 같아요. 연출님도 잘 조율을 해주실 것이고.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우리끼리 밤늦게까지 하자, 하면서(웃음). 공연 전까지 저희들끼리 잘 놀아보려고요.
 
Q 서이숙 씨가 “좀 독특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손병호: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에요. 인물은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독특할 거라고 얘기한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의 특징을 꼽는다면 대사를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로 한다는 건데, 그 말들 속에서 근영이는 근영이대로, 정민이는 정민이대로 독특한 색깔을 입히는 것 같아요. 그게 아마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문어체를 쓰다 보니 어쩌면 관객들이 소화하기 좀 더 힘들 것 같기도 한데, 해보니까 정말 ‘말맛’이 있어요. 셰익스피어의 언어적 수사가 참 매력적이에요. 예를 들어 사랑한다는 말을 하더라도 “저 아름다운 꽃은 뭘까…”로 시작해서 모든 사유를 다 말로 표현하거든요. 시적인 언어가 많죠. 말이라는 게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죠. 관객들도 그 ‘말맛’을 받아가시면 좋겠어요.
 
Q 이번 공연에서 두 분이 연기하는 로렌스 신부와 유모는 어떤 인물인가요.  
손병호: 무대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부모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8명의 배우들이 타이트하게 극을 이끌어가는데, 그러다 보니 양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유모와 로렌스 신부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 둘이 드라마를 설명하는 진행자 역할을 맡아서 갈 것 같아요. 
 
전 로렌스 신부를 좀 가깝고 열려 있는 인물, 즐거운 사람으로 잡고 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로렌스 신부에게 그렇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건 그가 그만큼 열려 있다는 거니까.
 
배해선: 서이숙 선배님이 워낙 잘 하셔서 전 그냥 따라하려고요(웃음). 이숙 선배님은 연기의 폭이 워낙 넓으신 분이라서 아주 재미있고 코믹적인 요소를 갖고 연기하세요. 두 선배님 덕분에 연습하면서 많이 웃어요.
 
선배님이 말씀하셨듯 이 공연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엄마 아빠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유모와 로렌스 신부가 엄마 아빠 역할을 해요. 유모는 젖 동냥을 해가며 줄리엣을 딸처럼 키웠기 때문에 부모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줄리엣을 보죠. 또 로렌스 신부가 로미오에게 인생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모가 반하는 장면도 있어요(웃음). 장면마다 희비를 오가며 줄리엣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채찍질도 하고, 사랑도 정도 많은 유모가 될 것 같아요.
 
손병호: 두 사람(로렌스 신부와 유모)의 러브라인도 좀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죠(웃음).
 
배해선: 젊은 사람들의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니까.
 
Q 혹시 두 분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해본 적이 있나요?  
손병호: 첫 눈에 반한 적은 없는데, 이런 경험은 있어요. 학창시절 매일 보던 여자였어요. 어느 날 언덕길에서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에요. 그래서 도망갔어요.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 날 이후로 그 여자도 날 자꾸 피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제가 군대에 다녀오고, 그 여자의 근황도 계속 전해 들었는데 그냥 바라만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연락은 안 했어요. 멀리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 짝사랑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그게 아마 가슴이 뜨거워졌던 첫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배해선: 전 그런 경험이 없어요. 근데 여자들은 누구나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꿈꾸는 것 같아요. 인생에 그런 사랑이 한번쯤은 있기를 바라잖아요. 근데 그런 사랑은 내가 볼 때 로또보다도 확률이 더 낮아요(웃음). 우리가 연습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그건 어리고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렇다고. 당장 서로를 못 보면 죽을 것 같고 심장이 찢어질 것 같으니까 목숨까지 내놓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잘 안 되죠.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그런 일이 한 번은 있기를 바라죠. 이 작품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해보려고요(웃음). 
 
손병호: 로미오와 줄리엣이 참 부럽긴 해요. 정말 사랑이 아름답구나. 저 둘은 대체 왜 저렇게 서로 끌릴까, 왜 서슴없이 서로를 끌어안을까.
 
배해선: 그 사랑에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정말 아름답고 멋있죠. 어느 집안의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마치 우주의 섭리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거에요. 처음 만났는데 입맞춤을 하잖아요. 마약에 취한 것처럼 서로에게 미치는 그 순간이 참 멋진 거죠. 그게 진심이라는 게.
 
손병호: 이 작품은 나이든 사람이 봐야할 것 같아요. 사랑의 정석이 뭔지, 내가 놓쳤던 사랑은 뭔지 생각하게 되거든. 난 지금 저렇게 사랑하고 있는지, 아내에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돼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막 슬퍼지는 거에요. 한때는 그랬는데 왜 지금은 그렇게 못 하고 있지? 지금 내게 뭐가 빠져있지? 이런 것들을 스스로 물어보게 돼요. 눈물도 나고.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것 같아요.
 
Q 후배들과 함께 연습하시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떤 선배인가요.  
손병호: (웃음)솔직히 선배로서 항상 갈등합니다. TV를 하든 영화를 하든 후배들을 보면 분명히 모자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럴 때 그냥 후배들이 알아서 발전하기를 지켜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빨리 해주는 게 좋은지 정답이 없어요. 연기에 정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도 후배들이 좀 더 제대로 하게끔, 긴장하게끔 만드는 것이 선배의 몫인데, 그러다 보면 (사이가) 좀 멀어져요. 그래서 고민이죠. 그냥 천천히 봐주면서 이야기해줄 게 있을 땐 이야기해주려고 해요. 제일 중요한 건 열려 있는 자세 같아요. 서로 열려 있어야 여러가지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
 
배해선: 제가 선배님들과 유독 많이 공연을 해봤는데, 선배님들은 전체 팀과 극의 분위기를 착 만들어 주세요. 본인들은 그저 대본을 한번 읽으셨을 뿐인데 후배들 입장에선 ‘이 작품의 톤이 이런 거구나’하고 힌트를 얻게 되는 거죠. 연출님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의 고민이 쉽게 정리되기도 하거든요. 지금도 선배님이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해주세요.  
 
Q 연습실의 문근영, 박정민 배우는 어떤가요?
손병호: 정말 너무 열심히 해요. 타이틀 롤을 맡는다는 게 얼마나 긴장되고 부담스런 일이겠어요. 젊은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잖아요. ‘내가 정말 로미오처럼 보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 텐데 점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싶어요. 그들만의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고.
 
Q 배해선 씨는 최근 드라마 <용팔이><질투의 화신>에서 큰 주목을 받으셨는데, 드라마 촬영은 어떠셨나요.   
배해선: 우연한 기회로 갑작스럽게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처음엔 생각과 다른 작업 환경에 굉장히 놀랐어요. TV에서 보는 화면과 현장의 모습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스텝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지 보고 나니까 그동안 내가 편하게 작업했구나 싶어서 반성도 했어요. 한 순간을 위해 많은 사람이 다각도로 애쓰는 모습이 공연과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드라마는 잘 모르니까 기죽어 있었을 수도 있는데, 감독님과 스텝 분들이 마음대로 하라고 해주시고, 또 알아서 잘 정리하고 편집해 주셨어요. 또 반응도 좋아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마치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트레스 없이 촬영했어요.
 
Q 손병호, 서이숙, 배해선 세 분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시게 됐습니다. 서로 반갑기도 하고, 좋으실 것 같아요.    
배해선: 제가 아직 이숙 선배님과 더블캐스팅으로 연기할 만큼의 공력은 없지만, 정말 이렇게 선배님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큼 큰 공부가 되는 게 없어요. 손병호 선배님과도 얼마 전 다른 작품에서 부부로 출연할 뻔 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못 했거든요. 이번에 두 분이 출연하신다고 해서 당장 하겠다고 했죠. 그냥 옆에 계신 것 만으로도 향이 흘러나오는 선배님들이라 그 틈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손병호: 세 살 된 아이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하잖아요. 항상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배우나 연출을 만나든 새로운 것, 나한테 없는 것을 찾게 돼요. 결국 인간이 살면서 뭔가를 해나가는 것은 즐겁고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잖아요. 어떤 자리이든 후배들한테 열심히 배우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건 나누면서 그 자리를 즐겁게 만들길 바라죠.
 
배해선: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은 연출님과 손병호, 서이숙 선배님이 늘 크게 웃어 주신다는 거에요.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어 주시니까 후배들도 용감해지는 거죠.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시니까 연습이 늘 재미있어요.
 
Q 마지막으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손병호: 연말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해보자는 뜻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게 됐는데, 여러 의미에서 참 좋은 기회 같아요. 사랑이라는 건 늘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잖아요. 여러분들이 공연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돌아보는 기쁨을 맛보시면 좋겠습니다.
 
배해선: 이미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참 감사해요. 여러분께 정말 좋은 연말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연극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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