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오른 기분? 첫 공연의 감동 가시지 않아” ‘위키드’ 주역 6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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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매 시즌마다 이례적인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초록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위키드’가 5년 만에 다시 막을 올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매력 넘치는 스토리와 ‘Defying Gravity’ 등의 인기 넘버, 마법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구현한 무대 등이 어울려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이 작품은 첫 티켓 오픈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이 꿈의 무대를 완성하는 주역 6인방이 함께 인터뷰 자리에 모였다. 초록빛 피부를 가진 정의로운 마녀 엘파바 역 옥주현과 손승연, 아름답고 야망에 찬 금발 마녀 글린다 역 정선아와 나하나, 그리고 인기 많은 왕자 피에로로 활약 중인 서경수와 진태화다. 마법사 역 남경주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배우들은 “한 회 한 회가 너무도 소중하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열의를 담아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Q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국에 공연이 개막해 배우들의 심경도 여느 때와 달랐을 것 같다. 첫 공연 후 기분이 어땠는지.
옥주현:
7년 전 ‘위키드’ 라이선스 초연에 참여했고 재연에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사이 나도 이 공연이 다시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코로나 시국에 전세계에서 처음 공연되는 ‘위키드’가 바로 한국 ‘위키드’라서 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고, 그만큼 관객 분들과 처음 만난 날의 감동이 너무 커서 지금도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손승연: 매회 공연을 할 때마다 무대가 너무 소중하고 관객들께 감사하다. 첫 공연 때는 굉장히 긴장했는데, 조금씩 적응하면서 이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Q ‘위키드’는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작품인데, 출연하게 된 소감은.
서경수:
너무 영광이다. 연습실에서부터 울고 감동받고 소름 돋았던 순간이 많았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에 많은 관객 분들이 응원해줘서 너무 기쁘고,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고 열심히 무대에 서고 싶다.

나하나: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설레어서 떨어져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캐스팅된 후 무대에 올랐을 때는 정말 꿈인가 현실인가 싶을 정도였다. 내가 뮤지컬 덕후라서, 내가 너무 아름답게 봤던 무대에 직접 서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 엘파바 역 옥주현, 손승연

정선아: (라이선스) 초연부터 세 번째로 글린다 역을 하고 있는데, 지금 어느 때보다도 떨린다. 아마 (코로나) 시국 때문인 것 같다. 작년 이 작품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2월쯤이면 코로나가 안정되겠지’ 했는데 그러지 않아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더라. 그래도 공연이 미뤄지지 않고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어 다행이고, 한 자리 띄어앉기 때문에 오시기도 힘들 텐데 매회 공연을 매진시켜 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 속에서 어떻게 문화공연을 즐겨야 하는지 다 함께 새 역사를 써나가는 것 같다.

옥주현: 초연 때는 해외에서 보고 감동받은 작품에 직접 출연한다는 설렘이 너무 크고 행복했는데, 그때보다 경험도 더 쌓고 나이도 더 먹고 보니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전달해드릴 수 있는 메시지가 더 깊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키드’는 배우와 스텝이 무대 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관객 분들이 가져가실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은 작품이다. 한 회 한 회가 무척 소중하다.

손승연: 사실 앨범 작업이 예정돼 있어 ‘위키드’ 출연이 무리한 스케줄이 될 수도 있었는데,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참여하게 됐다. 이 작품의 자체 팬덤이 크다 보니 이전보다는 좀 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위키드’는 우리가 인생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시련과 타협에 대해 많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데, 그런 부분을 잘 전달하고 싶다.

진태화: 2013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위키드’ 초연을 봤는데, 당시엔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될 줄도 몰랐다. 그 작품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첫 공연 날 객석에서 모니터를 했는데, 관객 분들이 마스크 뒤에서 더 크게 환호하고 싶어하시는 그 마음과 에너지가 다 느껴지더라. 그만큼 우리도 더 밝고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 드리자는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
 
▲ 글린다 역 정선아, 나하나

Q 새로 합류한 배우들은 ‘위키드’를 직접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가.
진태화:
볼 때는 너무 재미있고 화려한 작품인데, 막상 해보니 땀도 뻘뻘 흘리고 정말 힘들다. ‘우리가 힘들면 밖에서 볼 때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웃음). 우리가 열심히 하면 그게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손승연: 2013년 처음 공연을 봤을 땐 발랄하고 밝고 귀여운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준비할수록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더라. (옥)주현 언니한테 제일 어려운 작품이 ‘위키드’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더라(웃음).

옥주현: 배우들이 쉬는 시간이 진짜 없고, 대사량도 엄청 많다. 다들 무거운 옷을 입고 있는데다 글린다 옷 중엔 20kg가 넘는 것도 있다. 숨이 헐떡거리는 정도를 넘어서 ‘원 숏 데이’ 때는 ‘미친다’는 느낌으로 한다(웃음).

또 해외에서 관객으로 공연을 볼 때는 음악이 너무 황홀해 못 알아 들어도 마냥 좋았는데, 한국 가사로 보니 ‘여기 이런 깊은 메시지가 있구나’ 싶고 인생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더라. 그래서 초연 때는 내가 엘파바로서 표현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두루 보게 된다. 이건 한국어로 꼭 봐야 하는 공연이다.
 
▲ 피에로 역 서경수, 진태화

Q 엘파바와 글린다 역 배우들은 서로 무대에서 호흡이 어떤가. 
정선아:
주현 언니와는 초연 때 같이 했어서 역시 쿵짝이 잘 맞는구나 싶었다. (손)승연이의 경우엔 ‘보디가드’에서 같은 역을 했다. 그 때 보면서 에너지가 너무 좋고 노래도 참 잘 하는 친구라고 느꼈는데, 다른 역으로 만나니 어린 친구인데도 내가 배울 게 참 많다. 가수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주변 동료도 잘 챙기고 배려심도 많아 그런 모습이 무대에서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나)하나는 같은 역할이라 한 무대에 오를 수 없는데, 다음 에는 꼭 같이 무대에 오르고 싶은 좋은 배우다.

나하나: 나는 그냥 마냥 좋다(웃음). 승연이와는 또래이기도 하고 같이 ‘위키드’를 처음하는 입장이라서 첫 공연 날 정말 어린 시절부터 같이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이상한 감동을 받았다. 승연이만의 통통 튀는 옹골찬 에너지가 있다. 주현 언니와는 얼마 전에 첫공연을 했는데, ‘무대에서 너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도 돼, 다 받아줄게’ 하는 대선배님의 따뜻함을 느꼈다. (정)선아 언니는 내가 뮤지컬 학도일 때 나의 스타였다. 내가 감히 어떻게 언니와 더블을 하는 날이 왔을까 싶다. 연습실에서 언니가 연습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걸 직접 보는 날이 오다니 성공했다’고 생각했다(웃음).
 
▲ 마법사 역 남경주

Q 원년 멤버(옥주현, 정선아)들은 여전히 관록을 보여주고 있는데, 체력 관리는 어렵지 않은지.
정선아:
하루 2회 공연을 할 때는 너무 힘들더라. (좌석 띄어앉기로 인해) 객석에 빈 좌석이 있는데 그 자리까지 내 에너지로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1막만 끝나도 배가 고프고(웃음) 체력이 예전 같지 않나 싶더라. 열심히 체력을 관리해서 더 큰 에너지와 희망을 드리고 싶다. ‘아이다’도 세 번 참여했는데, ‘위키드’도 그만큼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 열심히 하고 싶다.

옥주현: 워낙 체력 소모가 많은 작품이라 나도 걱정을 했다. 체력이 태도가 되면 안 되니까 준비를 많이 했다. 선아 씨도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왔다는 게 무대에서 느껴진다. 모든 게 더 훌룽해졌다. 선아 씨는 계속 글린다를 해야 한다. 정말 글린다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Q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손승연, 나하나)는 부담감도 컸을 텐데, 관객 반응이 좋다.
손승연: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엘파바를 연기했던) 이디나 멘젤을 원래 너무 좋아했고, 그녀의 곡을 부른 커버 영상이 화제가 돼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엘파바까지 하게 돼서 이디나 멘젤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 싶다(웃음).

나하나: 글린다를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연습 과정에서 부담도 컸고 캐릭터를 찾아가기 힘들었다.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품이라서 피해를 드리지 않고 내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게 목표였는데, 연출님이 왜 이 작품에 글린다가 존재하는지, 어떤 존재로 있어야 하는지 설명해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나도 개인적으로 신앙이 있어 왜 저를 이곳(무대)에 두셨는지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너무 뜨거워졌다. 선한 글린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고, 이 작품에 글린다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서 공연을 하고 있다.
 
Q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와 ‘파퓰러(Popular)’가 특히 유명한데, 그 장면에서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나. 
손승연:
나는 ‘위키드’를 처음 하는 꼬마 마녀이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 일단 하늘로 잘 날아오르는 것이 큰 목표다(웃음). 날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손으로 빗자루도 들고 있는데다, 그 장면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서. ‘중력을 넘어서’가 요즘의 상황과 잘 들어맞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사를 전달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나하나: 객석에서는 너무 행복하게 듣기만 했지, ‘파퓰러’가 이렇게 힘든 노래인지 몰랐다. 폴짝폴짝 뛰면서 부르시길래 쉬운 넘버라고 생각했는데 제일 어려운 넘버더라. 음정에 신경 쓰고 가장 예민하게 감각을 열지 않으면 안 되는 넘버다. 엘파바를 어떻게 하면 유명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행복감을 갖고, (관객들이) 모두 엘파바가 된 것처럼 느끼실 수 있도록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부르고 있다.
 
Q 피에로 역 배우들은 피에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는지, 엘파바와의 호흡은 어떤지 궁금하다.
진태화:
피에로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다 보니 최대한 자유분방해지는 데 초점을 뒀다. (고정된 틀에) 갇혀있는 학생들에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는 자기만의 철학을 건네야 하는 캐릭터인데, 그러려면 피에로의 철학 자체가 확고하고 뚜렷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서경수: 내 별명이 ‘서자유’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방목형으로 컸다(웃음). 어머니도 항상 내가 자유롭게 자라게 해주셔서, 피에로를 하는 데 있어 나로서 많이 접근해서 즐겁게 편하게 하고 있다. (엘파바와의) 멜로 연기는 행복하고 황홀하다(웃음). 두 분이 너무 다르다. 주현 누나는 포근하고 넓고 따뜻하고, 승연이는 뜨거우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Q 옥주현 배우는 공연을 다시 하니 극의 메시지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옥주현:
연출님이 (코로나로) 격리 중에 화상으로 연습을 지도하셨는데, 화상이 아닌 것처럼 매우 엄격하게 하셨고, 그만큼 깨달음도 많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딜라몬드 교수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에는 동물들이 말을 한다는 설정이 있다. 그냥 재미있고 동화 같은 설정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많은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다. 세상에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옳음과 진실을 말하는 존재가 드물게 있지 않나. 그런 존재가 딜라몬드 교수이고, 동물들의 입을 막는다는 설정은 밝음을 이야기하는 자들을 몰살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내 주위에 딜라몬드 교수 같은 존재는 누가 있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더라.

이외에도 극중 담긴 깊은 메시지들이 너무 많아 다 얘기하려면 오늘 공연을 못 할 것 같다(웃음).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엘파바가 선택한 삶과 책임에 대한 메시지가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Q 손승연 배우는 엘파바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손승연:
엘파바는 굉장히 정의로운 아이고, 그래서 부당한 상황을 봤을 때 화가 나는 아이다. 나도 지금은 글린다 같은 모습이 많지만, 10대 때는 엘파바 같은 모습이 많았다. 터프하고 털털하고, 늘 랩과 힙합만 듣고, 치마보다 바지를 더 선호하는 아이였다. 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모로 인해 굉장히 많은 벽에 부딪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꿈에 다가갔다. 그런 부분이 엘파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Q 서경수 배우는 아까 연습 때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어떤 장면에서 눈물이 났는지.
서경수:
엘파바의 감정에 많이 동화돼서 울었다. ‘중력을 넘어서’를 할 때는 모함에 빠진 엘파바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서 울었고, 울다가 갑자기 소름이 돋기도 했다. 또 2막에서 글린다가 ‘감사해(Thank Goodness)’를 부를 때도 너무 슬프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내가 어느 순간 피에로로서가 아니라 관객으로서 울고 있더라. ‘널 만났기에(For Good)’를 볼 때도 엘파바와 글린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걸 표현하는 동료 배우들이 너무 멋있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위키드’ 최고다(웃음).
 

Q 관객들이 마스크 속에서 더 크게 환호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공연을 본다. 그게 느껴지나.
정선아:
사실 첫 공연 때는 좀 놀랐다. ‘파퓰러’는 원래 할 때마다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장면이었는데, 그런 반응이 없으니까 낯설더라. 근데 그날 너무 긴장해서 못 보던 것들이 그 뒤로 보이기 시작하더라. 관객 분들의 눈이 엄청 초롱초롱 반짝이고, 박수를 정말 손바닥이 부러져라 치신다.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계시다는 걸 많이 느낀다.


옥주현: 관객 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공연장에 오시지 않나. ‘피켓팅’을 하셔야 하고,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 시기에 공연장에 가도 될까’라는 염려도 이기고 이 공연을 선택해 오시고 또 문진표도 작성하고. 그만큼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이 작품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고 계실 거라는 추측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도 기대하시는 장면이 시작될 때는 조용히 숨죽여 기대하시는 그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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