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포미니츠’ 강렬한 엔딩의 4분 연주, 긴 여운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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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작 독일영화 '포미니츠'를 원작으로 국내 창작진들에 의해 뮤지컬로 재탄생한 ‘포미니츠’가 창작 초연 무대에 올랐다. 지난 1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의 창작진과 김선경, 김선영 등을 비롯한 전 배우들은 “행복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명 원작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8년의 긴 제작 기간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2007 독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 세계 37개 영화제 22개 부문상 후보에 올랐고 유럽 바바리안영화제, 상하이 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과 관객상을 휩쓴 수작이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60년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루카우 교도소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피아노를 매개로 서로를 통해 각자 상처를 드러내며 가까워진다.

영화를 뮤지컬로 기획·개발한 양준모 예술감독은 “2007년 우연히 영화를 접한 후, 무대화에 욕심을 갖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가 보여주는 마지막 4분의 피아노 연주 퍼포먼스가 공연 무대에 올려 졌을 때, 많은 관객에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엔딩 퍼포먼스를 무대화하는 것에 신경을 썼고, 인물들의 감정을 드라마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 '포미니츠'의 전 배우는 프레스콜에서 '문'을 시작으로 '스타인웨이', '지켜', '오스카', '제니의 연주곡' 등 13곡의 넘버와 해당 장면을 선보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와 음악의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살인수 제니의 만남, 그들의 첫 수업과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며 가까워지는 크뤼거와 제니의 모습, 제니의 결승 무대 등이 연이어 펼쳐졌다.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시선을 모은 것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피아노이다. 무대에는 사각의 턴테이블 안에 원형의 턴테이블을 배치하고 그 중앙에 피아노를 놓았다. 기대를 모았던 엔딩 4분의 연주는 제니의 퍼포먼스와 피아니스트의 파격적인 연주가 더해져 긴 여운을 남겼다.
 
제니 역으로 나오는 김환희는 “작품 자체가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피아노가 그랬고, 캐릭터의 성격이 어려웠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고 강조했다.
 
김환희와 함께 제니 역의 나서는 김수하 또한 “피아노 천재 제니를 만나서 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피아노를 못해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피아노 기초부터 배우며 마지막 엔딩 곡을 계속 연습했다. 제니는 퇴장이 거의 없고 연기적으로 극적인 게 많아서 힘든 점이 있었다”고 전했으며, 제니와 연결된 상징으로 나오는 피아니스트 오은철은 “피아니스트로서 첫 뮤지컬 무대이다. 제니와의 호흡, 동작을 맞추는 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 4분을 위해 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는 평생을 과거에 갇혀 살아온 인물이다. 김선경과 함께 크뤼거 역을 맡고 있는 김선영은 “우리 작품에서 피아노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크뤼거는 제니를 통해서 과거로 여행을 하기 시작하고, 제니를 통해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60년동안 품어왔던 자기 안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제니에게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크뤼거는 재능을 가진 아이의 마음에 있는 반짝거림을 꺼내 주고,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선경은 “이 작품은 어마무시하게 크고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고 쓰지만 보약이 되는 작품이다. 제가 맡은 크뤼거가 좋다. 저 역시 크뤼거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싶다. 제니들을 보면서 재능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잘하는 거 하나 그거 하나를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면 살아갈 이유가 된다고 믿는다. 사명감을 가지고 무대에 서고 있다”고 작품에 대한 각별한 심경을 밝혔다.
 

뮈체 역의 정상윤은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고, 같은 역의 육현욱은 “이 작품은 불행, 절망, 힘듦, 역경 등 많은 감정들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준모는 “'포미니츠'는 많은 분들에 노력에 의해 탄생한 작품이다. 제니와 크뤼거는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없는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통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5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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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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