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한국 버전 ‘드라큘라’가 가장 완성도 있어…빨간 머리는 작품 속 넘버에서 힌트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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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는 2014년 '드라큘라' 한국 초연 무대에서 트란실바니아 저택에 드라큘라 백작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등장부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드라큘라' 커튼콜에서 극장을 가득 채운 거대한 함성과 박수 소리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이후 그는 재연 무대에서도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세밀한 심리묘사로 드라큘라의 영원불멸 존재감을 표현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어 2020년, 4년 만의 재연에서 57회차를 이끌며 자신의 뮤지컬 데뷔 10주년과 함께 '드라큘라' 총 공연 회차만 103회차를 채웠다. '드라큘라' 장인, 김준수와 지난 14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시 한번 '드라큘라'로 무대에 설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남다르고 감사하다"고 말한 김준수와 함께 나눈 이야기.

Q '드라큘라' 네 번째 시즌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젠 ‘드라큘라’에서 김준수의 드라큘라를 칭하는 '샤큘'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다.
‘드라큘라’는 가장 많은 회차를 참여한 뮤지컬이다. 그와 동시에 한 시즌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또 뮤지컬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김준수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공연을 정말로 사랑해주시고. 저에게 ‘샤큘’이라는 이름도 붙어 주셨기 때문에 더더욱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아무래도 ‘드라큘라’는 한번 보고 재관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똑같이 안주하면 이걸 보셨던 분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드릴 수 없다. 그런 마음이기더 노력하게 되고 그래서 좋은 의미의 부담감도 생긴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해오면서 ‘드라큘라’의 다양한 변천사를 경험했다. 장면이 추가됐다가 빠지기도 하고, 새로운 곡이 추가되기도 했다. 초연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제 의견도 반영된 것도 있다. ‘She’ 라는 곡인데, 미나와 드라큘라의 400년간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표현된 장면이다. 이게 초연에서는 노래가 아닌 대사로만 되어 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했는데, 전쟁이 터졌다. 같이 대사로 풀었다. 저는 뮤지컬의 힘이란 노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She’라는 곡을 만들어주셨다.

‘드라큘라’는 2016년에 한국 초연이 올려졌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많이 올려진 공연이다. 그러나 우리의 한국 버전의 ‘드라큘라’는 오히려 어떤 나라 공연보다 가장 완성도 있는 공연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다.
 
Q 김준수표 드라큘라의 매력은?
우리의 상상 속에 있던 드라큘라라고 봐주면 좋겠다.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드라큘라이다. 괴기하고 사이코같은 광기가 있는, 피에 굶주린 드라큘라다. 그런 드라큘라가 궁금하다면 ‘샤큘’을 보러 와 달라. (웃음)

Q 초연부터 '드라큘라'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헤어라는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이런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했나.
처음에는 이런 헤어스타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드라큘라하면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매체에서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블랙 색상에 포마드 스타일의 헤어라 저도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빨간 머리를 하자고 마음 먹게 된 건, 공연 올라가기 2-3일 전이었던 것 같다. 젊음을 되찾는 드라큘라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Fresh Blood’라는 넘버에서 드라큘라가 조나단의 피를 마시고 노인을 벗어나서 다시 400년 전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에서 조나단의 피를 흡혈을 했을 때 ‘이 피가 나의 몸으로 흡수됐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드라큘라 헤어 스타일의 힌트를 얻었다. 공연에서 배우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회차에 잘 표현하면 되는데 그런 개성이 허용되는 장르가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춘수 대표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너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그런 거라면 해보라고 흔쾌히 말씀해주셔서, 빨간 머리 헤어스타일을 시도하게 됐다. 항상 두피 관리를 신경 쓰고 있다. (웃음)
 
Q 예매처 관객들의 평을 보면, 시즌마다 조금씩 샤큘의 디테일이 달라진다는 평이 많다. 이번 시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했나?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싶다.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을 본 분이 계시다면 작은 디테일이라도 차이를 드리는게 배우로서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장면이더라도 배우마다 생각이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대사라도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번에는 4연이다 보니까 여유가 생겨서 더 디테일을 챙기게 된다.

이번 시즌은 연기적으로 강약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작년에는 처음부터 강강강으로만 갔다. 이번에는 굳이 강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부분에서는 오히려 초연 재연 때보다 더더욱 힘을 빼고 했다. 대사 톤이나, 표정이나 몸짓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주려고 연기를 했다.

Q 400년을 초월한 사랑이란 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큘라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나? 
이런 사랑이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아서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드라큘라의 일반적이지 않은 그런 표현을 무대 위에서 잘 보여주고 싶었다. 드라큘라가 욱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농담도 하는데 그것이 드라큘라라서 가능한 표현인 것 같다.

드라큘라가 “기차를 탈선시켰다.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요” 라고 대사를 하는데, 전 그 부분이 드라큘라에게 있어서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차를 탈선시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고 허구이지 않나. 그런데 드라큘라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가 표현하는 드라큘라는 이 대사를 미나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미나를 좀 웃게 하고 싶어서 그런 톤으로 대사를 한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가 연기하면서 정말 애착이 많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거부당할 때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Q 조정은, 임혜영,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박지연까지 미나 역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조정은, 임혜영 누나들과는 각각 3번씩 공연을 했는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같이 했기 때문에 서로 호흡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여유가 있다 보니 매회 느낌이 다르다. 집요하게 서로를 찾을 때도 있고, 어느 날은 방관하는 듯한 느낌이 날 때도 있다. 누나들과의 티키타가가 정말 재미있다. 이번에 함께 하게 된 지연씨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성에 맞게 씩씩하고 확고한 미나를 표현해준다.
 
Q 드라큘라는 감정 몰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배역이다. 이를 위해 매일 무대에 오르기 전, 나만의 루틴이 있나.
특별한 루틴은 없다. 다만 잘 자려고 노력하고, 공복에는 노래하기가 어려워서 공연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배만 채운다는 정도로 식사를 한다. 그것 빼고는 목을 좋게 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감정적인 것에 대한 소모도 없다. 부모님도 제가 무대에서 오열하면 일상생활이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전 정말 괜찮다. 캐릭터 속에 빠져 있지 않다.

왜냐하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조명이 켜지는 순간은 저 자신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사라지고 극 중 드라큘라만 남는다. 그래서 공연을 하고 나오면 제가 어떻게 연기와 노래를 했는지 모를 정도다. 무대 위에 연기하고 노래하는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무대 밖으로 나올 때도 편하게 나올 수 있고 캐릭터로 들어갈 때도 완전히 빠지게 되는 것 같다.  

Q 뮤지컬배우로 활동한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저도 어느덧 형, 누나들 속에서 뮤지컬을 하다가 이제는 저를 형, 오빠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럴 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낀다. 가끔 인터뷰 자리에 나가면 그동안 일부러 잘 어울릴 것 같은 것만 했냐고 물어보신다. 물론 아니다. 제가 뮤지컬배우로서도 활동하지만 저는 뮤지컬 자체를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이다. 쉴 때는 물론이고 공연을 하는 와중에도 너무 보고 싶은 공연이 생기면 보러 갈 정도다.

제가 뮤지컬 팬으로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작품들은 판타지적인 주제나 요소가 있는 것들이다. 판타지가 뮤지컬과 접목했을 때 그 어떤 매체보다 더 큰 매력과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팬으로 판타지적인 부분이 끌리다 보니, 그런 작품이 배우로서 선택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됐을 수도 있다. 사실 처음에 판타지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큰 도전이었다. 캐릭터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Q 올해는 ‘드라큘라’ 공연뿐 아니라, '미스트롯2' 마스터로도 활약했다.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 얻은 점이 있는지?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마스터로 참여하면서 절대로 노래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늘 참여하시는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 프로그램에 정말 가수로서 절실한 분들이 많이 나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예전의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제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된다.

Q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여행 예능을 하고 싶다. 원래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데 시국도 시국이지만, 계속 공연을 하고 있어서 여행을 못 가고 있다. 합법적으로 일하면서 여행을 간다면 누가마다 하겠냐. 저는 여행을 가면 거의 휴양지를 간다. 야자수를 좋아해서다. (웃음) 야자수를 보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다.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 스케줄 빼고 여행으로는 유럽을 간 적이 없을 정도로 개인적인 여행은 무조건 야자수가 있는 휴양지 있는 곳을 가는 편이다.

Q 뮤지컬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면 제가 어느 순간 드라큘라 역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 그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주인공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내 나이와 모습에 맞게 배우로서 무대에 계속 은은하게 남고 싶다.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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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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