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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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실존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운명을 담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지난 13일 개막했다. 극은 프랑스 혁명의 서막이 열리는 1막부터 마리 앙투아네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2막까지 역사의 순간과 함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11번째의 딸로 태어나, 14세 때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베르사유 궁전에서 정략결혼을 하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극 중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 및 무대, 의상 등 키워드로 읽는 작품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배우들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도 함께 살펴보자.
 
역사: 마리 앙투아네트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결정적 사건은?
1막 초반 파리의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보석상 뵈머가 찾아와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려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사실 왕비는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프랑스 경제 형편이 파탄지경에 다다른 매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석상이 왕비에게 팔려고 했던 이 목걸이가 발단되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억울한 사건에 휘말린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일명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은 1785년 라모트 백작 부인이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전달한다고 속여 가로 챈 프랑스 역사상 희대의 사기 사건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1772년 루이 15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이 15세는 마음에 두고 있던 뒤바리 부인을 위해 왕실 보석상인 뵈머에게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모아서 목걸이를 만들라고 특별 주문을 하였다. 그러다 뒤바리 부인이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서 뵈머가 주인 잃은 목걸이를 떠맡게 된다. 이에 뵈머는 새 국왕이 된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목걸이를 선보이고 사달라고 간청했다.

보석상과 친분이 있었던 라모트 백작 부인은 본인의 욕심을 위해서 목걸이를 얻고자 했다. 그녀는 출세를 위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신뢰를 얻고자 애쓰는 대주교에게 접근해 자신이 마리의 신임 받는 신하라고 속이고, 마리가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고 싶어한다고 그 목걸이를 사다 바치면 왕비의 환심을 살 것이라고 속인다. 결국 대주교는 목걸이를 구매해 가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목걸이의 남은 대금 결제가 원활히 되지 않자, 보석상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찾아와 불평을 늘어놓게 되면서, 엄청난 금액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존재가 세간에 알려졌다.

이 일로 화가 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를 구입한 대주교를 재판장에 세우지만, 그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이 사건으로 백성들의 가난한 삶은 전혀 돌보지 않은 채 혼자만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며서 그녀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무대: 360도 경사 무대, 호화로운 궁중생활 재현
‘마리 앙투아네트’ 제작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18세기 프랑스의 호화로운 궁중 생활을 재현하기 위해 360도 회전무대를 사용해 프랑스 절대 왕정을 상징하는 베르사유 궁전, 왕비의 정원인 트리아농, 무도회가 열리는 거대한 홀을 재현한다. 또한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를 고증해 수십 벌의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을 제작했다. 이번 시즌 배우들이 쓰는 가발은 전 캐스트 포함 111개이고, 의상은 전 캐스트 포함 250벌이 제작되었다.

18세기에 프랑스 왕실에서 유행한 로코코 풍은 18세기 초부터 프랑스 대혁명까지 계속됐다. 좌우 균형을 깨뜨린 자유로운 형식과 곡선과 파스텔톤, 금색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당시 귀족 여성들 사이에 가슴을 강조하고 몸통은 코르셋으로 날씬하게 조였으며, 아래는 극단적으로 옆으로 퍼진 인공적인 실루엣이 유행했다. 극단적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드레스는 가발 모양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하늘 높게 치솟고 거대한 머리 장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절정기에 다다랐을 때는 머리 장식으로 배 모형이나 케이크 모형을 얹는 등 극치의 화려함을 뽐냈다. 이는 이 시기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정 생활이 펼쳐진 때이기도 하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대의 패션리더로서 유행을 선도하는 인물이었다.
 
 의상: 마리 앙투아네트 드레스로 보는 심경 변화
극 중 마리 앙투아네트가 입는 다양한 의상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그녀의 심경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호화찬란한 골드 드레스, 패션쇼의 핑크 드레스,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침실에서의 하늘색 드레스, 성모승천대축일의 위엄 있는 진회색 드레스, 가장 편안한 모습의 하얀색 드레스, 단두대 앞의 검정 드레스 등으로 변화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의상이 골드에서 점차 검은색 톤의 수수한 옷으로 바뀌며, 어리고 순수했던 그녀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직위에 걸맞은 지혜와 위엄을 갖춘 여인으로 변모해간다.
 
화려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대비되는 인물에 마그리드 아르노가 있다. 그녀는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고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이다. 마그리드 아르노를 비롯한 민중의 의상은 그들의 마음이 고통이 전해질 수 있도록 당시 자료에서 빠져나온 듯한 리얼함을 추구했다. 그중에서도 마그리드의 의상은 무수한 천 조각들을 사용해서 표현했는데, 이것은 민중의 대표인 그녀의 의상에 수많은 사람의 괴로움과 아픔을 담아낸 것이라고.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 & 김소향이 말하는 의상 관전 포인트
김소현 20년 동안 공연하면서 만나본 의상 중에 마리가 처음 입고 나오는 황금 드레스 의상이 가장 무겁고 컨트롤하기 어려워요. 이 의상을 입고 연습실에서 패치 코트를 입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발도 매우 높고, 장식들도 무거워서 조금만 고개를 움직여도 가발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덕분에 자동으로 왕비처럼 턱이 올라가서 약간은 거만해 보이게 인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마리는 공연 1막, 2막 내내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과 가발을 쓰고 연기하지만, 오히려 재판 씬에서 입는 수수한 검은 옷이 가장 그녀답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초라한 가발과 의상 차림을 할 때 스스로 더 단단하게 느껴지고, 연기를 하는 저도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느껴져요.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을 찾는다고 하듯이, 모두 앞에서 당당하게 외쳤던 그때가 가장 '마리 앙투아네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김소향 개인적으로 쁘띠 트리아농에서 입는 하얀색 드레스를 가장 좋아해요. 궁정화가 비제 르브렁이 그린 초상화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의상이라 의상을 입은 것만으로도 쁘띠 트리아농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고 신이 나요. 아무래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무대가 경사 무대이고, 드레스의 무게(15kg 정도)가 상당하다 보니 의상을 입으며 허리에 무리가 올 때가 있어요. 저는 키가 작으니 절대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죠. 그래서 발이 욱신거리고 아파서 잠을 못 자는 날도 많이 있었어요. 그래도 드레스를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마리의 의상들은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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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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