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엑스칼리버’…권은아 연출에게 듣는 4가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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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 월드프리미어로 초연된 ‘엑스칼리버’는 아더왕의 전설을 새롭게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고대 왕국을 배경으로 탄생한 전설을 무대 위로 옮긴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영국 고대 전설에 한국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흥미로운 스토리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재연 무대로 돌아오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는 ‘엑스칼리버’ 달라진 점에 대해 이번 시즌 새롭게 참여하는 권은아 연출가에게 물었다.

영국 고대 전설인 '아더왕의 전설'에는 굉장히 다양한 내용과 해석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전설에 따르면, 아더는 그 검의 주인이 될 운명을 타고났고, 엑스칼리버는 아더를 위한 검이기에, 아더가 손만 대도 바위가 혹은 호수가 검을 내주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엑스칼리버'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와 무대, TV 시리즈, 게임 등의 소재로 재조명되어온 ‘아더왕의 전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 POINT 1. ‘아더왕의 전설’이 매력적인 이유
평범한 한 사람이 왕관을 쓰고 나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에 모두가 자신을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아더는 자신이 왕이 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죽는다고 하니 정의감인지 용기인지 모를 힘을 애써 끌어내 왕이 됩니다. 진짜 자신이 손을 대니 검이 뽑히니 놀랄 지경이죠. 왕이 된 후 모든 것들이 수월하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에는 수많은 고초를 겪습니다.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거의 고문 수준으로 겹치죠.
 
아더는 극한의 분노를 다스리고서야, 용서로 분노를 씻어내고 나아가서야, 극의 마지막에서야, 포기하지 않고 끝을 맞이해서야,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습니다. 극의 초반에 “들판의 모든 꽃들에, 소중했던 모든 삶이 찬란히 빛나는 날”을 누군가가 만들어주길 막연하게 바랐던 아더가, 직접 찬란한 햇빛을 비춰준 것이죠. 그렇게 우리 안의 가능성이 희망을 불러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바위에서 칼을 뽑아 왕이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에서 이런 공감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처음부터 가능성을 발견하고 왕관을 쓰게 된 어떤 영재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이 왕관을 쓰고 나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에 모두가 자신을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 이야기가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아더의 분신인 ‘엑스칼리버’라는 검을 매개체로 한 인간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한층 명확해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재연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권은아 연출은 “이미 초연을 보신 관객분들께서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최대한 알려진 노래들의 가사를 건드리지 않는 등 적절한 선을 찾아 다양한 변화를 주도록 했다”고 전했다.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친 '엑스칼리버'를 미리 살펴보자.
 
■ POINT 2. 대본과 음악의 변화
아더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검을 뽑기로 결심하는 과정에 더 집중


“초연 때 아더가 검의 주인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거쳤다는 설정으로 자신 안의 용과 싸우는 과정이 그려졌는데요, 아무래도 서양에서는 용이 신비로운 환상 속의 생명체인 것에 비해 우리에겐 어렸을 때부터 만화로 많이 접한 캐릭터 적인 면이 강하죠. 또 찰나의 순간에 긴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거쳤음을 보여주기 벅찬 지점이 있다고 판단되어, 검을 뽑기 위한 트레이닝의 과정 보다는 대부분의 전설에 가깝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검을 뽑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더 그려냈습니다. 소년 아더가 성인이 되고, 왕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싸워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더왕의 내면적 갈등에 중점을 둔 것이죠.

더불어 그렇게 절로 성검을 내어줄만큼 엑스칼리버의 새로운 주인이 필요했던 배경을 더 강화했습니다. 이를 위해 프롤로그부터 초반 장면들을 대대적으로 수정해, 수많은 영토로 나뉘어져 내전이 끊이지 않았던, 혼란스럽고 비극적이었던 당시의 상황과 아더의 친아버지였던 우더의 마지막 순간을 추가하였습니다.

또한 왕이 되기 전의 아더의 모습과 왕이 된 후의 아더의 모습의 대비를 살리기 위한 ‘해맑고 순수한’ 아더의 모습이 더 강조되는 부분들이 추가 및 수정되었고, 각 캐릭터의 여정을 더욱 명확하고 임팩트있게 재구성하는 과정에 장면의 순서나 내용, 넘버의 구성도 새로워졌습니다. 1막이 즐거운 대관식으로 끝나고 2막이 다시 즐거운 결혼식으로 시작되는 초연의 드라마에서 1막이 끝났을 때 반전을 맞이하고 2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고요.
 
음악적으로도 아쉬웠던 넘버를 몇 곡 들어내고, 신곡으로 대체하거나, 기존의 듀엣곡을 트리오로 변경하거나 기존 솔로곡의 리프라이즈를 이용해 듀엣을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더욱 다채로운 구성이 되었죠. 또한 이미 초연을 보신 관객분들께서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최대한 알려진 노래들의 가사를 건드리지 않는 등 적절선을 찾아 변화를 주고자 했어요.”
 
배우들은 1막 엔딩의 변화와 추가된 신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막 마지막 장면에 대해 카이는 “초연에서는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부여받고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으로 희망차게 1막을 마무리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아더의 강한 분노가 표출되는 장면으로 1막이 마무리됩니다. 관객들이 인터미션 시간에 2막을 기대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장면으로 꾸며지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귀띔했다.

이번 시즌 아더의 솔로곡 2곡이 새로 포함됐다. 새롭게 추가된 솔로곡 ‘언제일까’에 대해, 김준수는 “물론 지금은 너무 힘이 들지만, 언젠가는 햇살이 비춰서 이 모든 걸 이겨낼 거야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입니다. 계속되는 전쟁에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하기도 하지만,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라며 재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김준수, 카이, 도겸과 함께 아더 역으로 분하는 서은광은 새로운 넘버 '찬란한 햇살’의 포인트를 짚었다. “’찬란한 햇살’은 켈틱풍의 넘버로, 굉장히 능수능란한 랜슬럿과 대조되는 귀여운 아더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POINT 3. 세트의 변화
엑스칼리버가 꽂혀 있는 장소이자, 바위산 공간을 재창출


“이번에 공연장이 바뀌면서 ‘검의 바위’를 거대한 하나의 세트로 사용할 수 없는 물리적인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검의 바위를 여러 개의 세트로 나누어 다양한 구성으로 여러 장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시 제작하였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위한 디자인적 보강도 하였어요. 초연에 사용되었던 세트들의 위치나 그림 등 부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수정하여 새로운 구성을 만들어내고, 독특한 전식(무대 세트에 쓰이는 빛) 효과를 사용하여 프로시니엄도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초연을 올렸던 극장에 맞춰 계산되었던 몇몇 전환은 불가능해졌지만, 여러 아이디어로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은 전환을 만들어 안무와 장면 동선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고요. 멀린이나 모르가나를 통한 ‘마법’이 많이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여, 마법 효과들을 사용하기 위하여 조명 디자이너, 전식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세 분과 합심하여 광섬유라는 독특한 재질로 추가적인 세트를 제작하고 레이저 조명기와 영상 효과를 사용하여 다른 공연에서 본 적 없는 효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트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조명과 영상, 특효 또한 절반 이상 새로워졌습니다. 장면 순서와 내용이 달라지고, 연출 방향, 동선과 안무, 무술이 전부 새로워지면서 의상과 소품에도 변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 POINT 4. 캐릭터 정체성의 강화
센 캐릭터 모르가나, 강렬한 여전사 기네비어, 적극적인 멀린, 더욱 강해진 울프스탄


"마지막으로, 각 캐릭터가 더욱 독특한 색채로 강화되었습니다. 우선, 모르가나가 더욱 센 캐릭터로 거듭났습니다. 친아버지인 우더가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공연이 시작하게 되며, 수도원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살아났죠. 얼마든지 탈출을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군대에 의해 다시 끌려올 것이 분명해 갇혀있다가, 우더의 죽음을 알게 되고 때마침 들이닥친 울프스탄과 색슨족을 자신의 호위부대로 삼아 탈출할 기회가 생긴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당당하게 울프스탄과 색슨족과 딜을 하고 심지어 그들을 자신의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게 됩니다. 모르가나가 아더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기네비어 역시, 캐릭터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이 요구하는 여성의 이미지와 다른, 대장부 같은 성격과 신념의 소유자임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고, 마지막까지 그 면모가 유지됩니다. 그리하여 랜슬럿 역시 첫 만남부터 아더만큼이나 그녀에게 빠져들고, 아더와 기네비어와 함께 마치 어린시절의 죽마고우 삼총사 같은 느낌으로 인연을 시작해 기네비어에 대한 마음이 자꾸 커지는 계기를 보강하여 그들의 결말이 더욱 납득 가게 되었죠. 아더의 양아버지인 엑터와 아더의 관계, 그리고 그가 아더에게 미친 영향도 보강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돌변하는 아더의 모습이 더욱 공감이 갈 것입니다."

멀린과 울프스탄은 기본적인 성격은 같으나, 멀린은 엑스칼리버를 통해 진정한 왕을 찾는 과정에 가끔은 잔혹하고, 냉정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취하는 모습들과 최면을 이용하거나 날씨를 조종하는 등의 마법을 이용하는 모습이 더욱 적극적으로 그려집니다. 울프스탄은 그가 거느리는 색슨족의 야만적이고 남성적인 군무가 업그레이드되고 그를 서포트하는 힘이 더욱 강해졌죠. 울프스탄의 아들인 아스가르 역시 유명한 비보이기도한 배우 주호를 캐스팅하여 더욱 짐승 같은 느낌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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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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