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필생의 마지막 작품” 원캐스트로 ‘리어왕’ 무대 이끌 배우 이순재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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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간 연기에 전념해온 배우 이순재가 “필생의 마지막 작품”이라 예고한 연극 ‘리어왕’이 내달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순재는 13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에 대해 “이런 작품, 이런 인물을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각별한 기대를 밝히며 “셰익스피어의 원전에 충실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술의전당과 관악극회가 함께 기획한 연극 ‘리어왕’은 셰익스피어가 1608년경 발표한 동명의 작품을 무대화한 공연이다. 올해로 데뷔 65년을 맞은 이순재가 타이틀롤인 리어왕으로 분하고, 순천향대학교 교수이자 그간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연출, 번역, 드라마터그를 맡아온 이현우 연출가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 빼어난 작품
원작에 충실한 공연 보여줄 것”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이순재 배우와 이현우 연출은 ‘리어왕’을 향한 깊은 경이를 표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순재는 “65년간 연극을 해왔지만 셰익스피어를 많이 못 해봤다. 주위에서 ‘더 하고 싶은 작품이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 ‘리어왕’을 떠올렸다”며 “그동안 ‘리어왕’이 여러 버전으로 공연됐지만, 원전 그대로 공연된 적은 없었다. 셰익스피어가 쓴 원작을 그대로 살려서 보여주자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분량 역시 총 3시간 20분의 공연에 해당하는 원작을 최대한 살려 3시간 가량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8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캐스트로 리어왕을 맡아 무대를 이끈다. 자기 전까지 대사를 외우고 보약을 먹으며 체력을 관리한다는 이순재는 원캐스트 출연에 대해 “사실 만용이다. 그렇지만 필생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연습하고 있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특히 원형에 충실한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작품의 예술감독도 함께 맡은 이순재의 포부다. 이순재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대화와 독백, 방백이 어울려 나오고 한 사람의 대사가 한 장(분량)씩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모든 관객들이 작품을 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대본에 충실히 공연하는 것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꼽히는 이현우 연출은 ‘리어왕’이 뛰어난 작품인 이유를 설명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긴 분량의 작품이면서도 가장 좋은 구성을 가졌다. 리어왕을 중심으로 한 메인 플롯과 글로스터와 두 아들을 중심으로 한 서브 플롯이 각각 흘러가다 후반부에 서로 만나 강렬한 극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 이 연출의 말이다.  

또한 이현우 연출은 “극적 구성뿐 아니라 인물의 완성도도 뛰어난 작품이다. 희노애락을 비롯해 인간의 온갖 감정들을 이렇게 폭넓고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비극의 조건을 완전히 충족시켜주는 고전극”이라고 작품에 찬사를 더했다. 
 
이번 ‘리어왕’에는 이순재와 함께 관악극회에서 활동해온 배우들을 비롯해 소유진, 이연희, 서송희, 유태웅, 권해성, 임대일 등이 함께 출연한다. 소유진, 지주연이 리어왕의 첫째 딸인 고너릴 역으로, 오정연과 서송희가 둘째 딸 리건 역으로, 이연희가 막내 딸 코딜리아로 분하며, 글로스터 백작 역은 최종률이, 그의 적자인 에드거 역은 권해성과 박재민이, 서자인 에드먼드 역은 배우 박영주가 분한다. 

3월부터 캐스팅 작업을 시작했다는 이현우 연출은 “오정연은 관악극회 멤버이기도 했지만 오디션 겸 면접을 봤을 대 가능성을 보여줘 확신이 섰다. 학생으로 표현하자면 우수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코딜리아와 광대 역에 원캐스트로 나선 이연희에 대해서는 “코딜리아 공주가 가진 고결함과 강인함을 갖춘, 그리고 광대까지 연기할 수 잇는 사람을 찾다가 이연희를 만났고, 그의 자세와 각오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며 이순재가 후배 배우들과 나눌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했다. 
 
끝으로 이현우 연출은 이번 ‘리어왕’ 공연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의미를 짚었다. 이 연출은 “이 작품이 쓰여질 당시 지금처럼 전염병이 만연해 셰익스피어가 격리된 상태에서 ‘리어왕’을 썼다. 그래서 극중 전염병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하층민이 전염병의 피해를 더 크게 입었을 것이고, 셰익스피어가 그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오늘날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출은 “리어왕을 통해 ‘있음’에서 ‘없음’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인간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상태에서 모든 것이 없는 상태로 떨어졌을 때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지, 우리 삶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 관객들과 함께 발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리어왕’은 10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지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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