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강혜인, 손유동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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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에는 우주에 가는 것이 꿈인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와 이런 제이와 함께 보통의 하루를 계속해서 함께 보내는 것이 꿈인 은기가 등장한다. 여기에 평행우주, 복제인간 등 독특한 소재를 더해 사랑과 인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2019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서는 LED 비디오 매핑을 이요한 무대 구조의 변화도 있지만, 재연 멤버로 합류한 배우들이 주는 새로움도 느낄 수 있다. 강혜인과 손유동이 바로 이 새로움을 담당하는 한 축이다. 한 명은 섬세하고 진지하게, 다른 한 명은 솔직하게 엉뚱하게 답한, 비슷하지만 다른 결을 지닌 두 배우가 만들어간 '이토록 보통의' 이야기.
 
*인터뷰 본문 중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보통의]
강혜인 
초연 때 공연을 봤어요. 원작 웹툰은 안 보고, 공연을 봤는데 반전의 반전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 따뜻함을 느꼈어요. 음악이 좋았던 게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대본을 봤을 때 들었던 느낌은 제이가 너무 불쌍했어요. 은기와 복제인간 '그녀'는 다 얻은 것 같은데 대본을 잘 알지 못했을 때는 제이는 얻은 게 하나도 없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손유동 초연은 못 봤지만, 평소에 웹툰을 좋아해서 원작 웹툰을 흥미롭게 봤어요. 그래서 에피소드별로 무대화되면 좋겠다고 생각도 한 적 있었는데 이렇게 함께 하게 돼 기쁘죠. 그리고 김태형 연출님이랑 다시 작업하고 싶었어요. ‘팬레터’ 이후에는 작업한 적이 없거든요. 이번에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처음 대본을 보기 전에는 막연히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일 것 같았지만, 막상 대본을 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고요. 주인공들의 선택, 외로움, 꿈. 이런 것들이 더 마음에 들어오더라고요.
 
[연습 과정]
손유동 이번에 비디오 매핑이라고 무대 배경에 영상을 많이 사용했어요. 이걸 사용해서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거든요. 연습 때 영상이 ‘대략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고 설명만 듣고 상상하면서 연습했어요. 그게 힘들면서 재미있었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하다 보니까 크로마키를 이용하는 마블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어요. (웃음)

강혜인 매일 조금씩 바뀐 게 많았어요. 은기가 했던 대사를 제이가 하기로 바꾼 것도 있고, 다시 은기가 하기로 한 것도 있고요. 다음날 연습실에 오면 너무 헷갈렸어요.

손유동 연습 때 은기가 니스 바다가 얼마나 예쁘길래 가고 싶어 하는지 사진을 찾아봤어요. 근데 제 기준에는 너무 안 예쁜 거예요. (웃음) 그래서 TV에서 봤던 예쁜 바다를 떠올리기도 하고요. 극 중간중간 저희가 샤갈 그림에 나온 포즈를 무대에서 표현해요. 니스 바다에서 암전 되기 전에 하는 동작도 샤갈 그림에 나왔던 포즈고요. 관객들도 공연을 보시면서 요런 작은 재미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강혜인 연출님이 은기와 제이가 등장하는 첫 신은 밝고 정말 서로를 많이 사랑하는 것이 보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분위기를 잡는 것이 연습 초반에 어려웠어요. 지금도 공연 초반이고 맞춰가는 와중이기 때문에 서로가 어떻게 안았는지,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오빠와 연습했던 걸 많이 기억하려고 해요. 제가 첫 공연을 하고 두 번째 공연을 유동 오빠랑 하게 됐는데 하기 전에 너무 불안했어요. 보통 배우들이 두 번째 공연에서 제일 실수가 잦다고 하는데, 제가 실수할까 봐 걱정됐거든요. 그래서 공연 직전에 뜬금없이 오빠에게 “사랑해요” 하고 들어간 적도 있어요. 유동 오빠도 웃으면서 응원해줘서 그날 자연스럽게 공연을 시작한 기억이 나요.
 
[서로가 보는 모습]
손유동 혜인이는 매우 조용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엉뚱한 면이 있어요. (웃음) 허당 끼도 있고 귀여운? 그래서 제가 연습실에서 많이 놀렸죠. 저와 많이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비슷한 결이에요. 그래서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어요.

강혜인 연습에서 만나기 전, 사석에서 유동 오빠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이 작품으로 만날지 몰랐죠. 제가 낯을 엄청 많이 가리는 편인데, 유동 오빠는 그날 모임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언젠가는 우리가 작품에서 한 번 만날 수도 있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만나게 됐죠. 그때 한 번이라도 봤던 게 이번에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오빠 목소리가 너무 달달해요. 목소리가 되게 좋고 다정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도 그래요. (하하)

손유동 생각보다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이 편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역할이었어요. ‘어나더 컨트리’의 토미 저드와 이 작품의 은기가 제 목소리를 오롯이 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혜인이가 제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봐 줬네요. (웃음)
 
[복제인간]
강혜인 처음에 머리속에서는 잘 상상이 안 갔어요. 아무리 복제인간 로봇이라지만 어떻게 인간의 꿈과 이상까지도 똑같이 옮겨갈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인간과 로봇의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처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이 이어지다보면 정말 끝이 없겠더라고요. 연출님과 작가님한테도 여쭤보니까 이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들이 다 복제가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것을 믿고 연기하기로 했어요.

손유동 우주에 가려면 돈이 엄청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우주에 갔다 왔다는 사람은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또 로봇은 있지만 사람 같은 복제인간이 있다는 건 소문으로 듣기만 했던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우주에 갔던 제이가 돌아왔을 때,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믿었죠. 만약에 은기 주변에 인간과 똑같은 복제인간 로봇이 너무 많다면 제이를 다시 만났을 때 충격이 덜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강혜인 원작 웹툰에서는 사실 제이와 복제인간 '그녀'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이는 살짝 팔자 걸음을 걷는다고 나오고, '그녀'는 일자 걸음이라고 나오거든요. 이건 웹툰이라 구현이 가능하고 공연에서는 크게 드러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차라리 모든 것을 복제하는 공연 속 세상이라면 관객들도 제이와 '그녀'에 대해서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이와 '그녀'의 차이를 둬서 다르게 연기한다기보다는 제이와 '그녀'가 마주한 상황에 집중해서 연기하고 있어요. 각자 처한 상황에서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상대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에 집중하려고요.
 
[제이와 은기의 속 마음]
손유동 은기는 제이의 꿈을 반대한 게 아니에요. 회상 장면에서도 보면 나오지만, 은기는 제이의 꿈을 너무 응원하는 친구예요. 은기가 봤을 때 제이는 언제나 은기가 없어도 너무 멋있고 진취적이고 모든 걸 해내는 친구이거든요. 은기는 제이가 있어야만 외로움이 채워지는데, 제이는 은기가 없어도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런 와중에 제이는 우주에 가겠다는 결정을 하고요. 은기는 통보받는 기분이 들죠. 제이가 “네가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져 내 인생이잖아” 하는 순간 은기가 뛰쳐나가는데. 이건 은기가 화가 나서 나가는 게 아니라 '너한테는 내가 없어도 되는구나’ 하는 제이의 진짜 마음을 확인을 한 거고, 그래서 충격을 받아서 뛰쳐나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은기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파요. 그런 마음으로 제이를 떠났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거지 은기는 절대 제이의 발목 잡는 사람은 아니에요.

강혜인 제이는 은기를 너무나 사랑해서 은기가 자신의 꿈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신이 우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에 은기의 사고가 났기 때문에 제이는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은기는 항상 내 옆에 있어줄 것 같고 항상 나를 응원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 곁을 떠날지 몰랐으니까요. 제이로서는 은기를 당연시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컸을 것 같아요.
 
[나와 비슷한 점]
강혜인 저 같은 경우는 제이가 우주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한 게 외로움에서 파생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제이가 “수많은 별을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걱정이 사소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제이는 우주를 보며 외로움을 달랬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하는 고민과 생각이 사소한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외롭거나 힘들 때 노래 들으면서 버틴 것 같아요.

손유동 은기도 제이도 둘 다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아요. 저도 좀 외로움을 타고요. 사실 우리도 모두 외로운 존재들이잖아요. 저는 혼자 밥 먹기는 정말 문제없거든요. 식당 가서 삼겹살도 혼자 구워 먹고요. 그런데 제대로 혼자 있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고 자꾸 안으로 더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친구랑 같이 살고 있어요.
 
[보통의 하루]
손유동 공연장과 집이죠. 공연 없는 날은 운동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요즘은 쉽게 바깥 활동을 못 하니까 집에만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시켜 먹고, TV도 보고, 컴퓨터도 하고요. 늦잠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려고 배달 앱 보고 고민하면 3-40분 걸리고, 배달 오는데 3-40분 또 걸리고, 밥 먹는데도 3-40분이 필요하고요. 밥만 먹으려고 해도 하루가 후딱 지나가요.

강혜인 저도 공연장과 집이요. 저는 코로나가 아니어도 원래 집에만 있었어요. 밖에서 즐기는 소소한 행복은 카페 가는 정도거든요. 요즘 방 꾸미는 취미가 생겼는데, 엽서 같은 거 벽에 붙이고 뿌듯해하고 있어요. 방에 가만히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제멋대로 꾸며놓은 방에서 기분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몇 시간짜리 음악도 틀어 놓고요. 커피는 안 마시니, 호박 차에 얼음 동동 띄우고, 책도 보고요. 이렇게 지내면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날들]
강혜인 저라는 사람은 스스로 칭찬을 못 하고 채찍질을 하는 편이에요. 올해 시작할 때도 ‘나 자신을 아껴주고 많이 사랑하자, 당근을 많이 주자’ 했는데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요. 남은 3개월은 저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싶어요. 낯간지러운 말처럼 들리는데 저한테는 꼭 필요하거든요.

손유동 코로나로 작년만 잃어버린 한 해가 될 줄 알았는데. 올해도 비슷하죠. 코로나에 점점 적응되는 게 무서워요. 객석 띄어 앉기, 마스크 착용도 익숙해지고요. 주변에 격리하신 분도 있고 저도 격리될 뻔한 경우도 생기고, 남 일 같지 않아요. 하루빨리 보통의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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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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