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의 솔직·유쾌·화끈한 여자 이야기 <우리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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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인생, 우정에 대해 ‘아재’들이 나누는 유쾌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진다. 지난 2일 한국 첫 무대에 오른 연극 <우리의 여자들>이다. 안내상, 우현, 서현철, 이원종, 유연수, 정석용, 김광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인기 중년 남성 배우들이 이 무대에 나섰다.
 
<우리의 여자들>은 몰리에르상 작가상을 두 차례 수상한 프랑스 작가 에릭 아수가 쓴 희곡으로, 2013년과 2015년 파리 공연에서 관객들의 큰 호평을 이끌어내며 2015년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이번 국내 초연에서는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가가 각색을 맡았고, <보물섬> <마리아 마리아>의 이대웅이 연출을 맡았다.
 
35년 지기 세 친구가 벌이는 하룻밤 소동극
지난 7일, <우리의 여자들>의 제작진은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배우들이 연기한 부분은 작품의 1막으로, 여느 때처럼 카드 게임을 하기 위해 만난 폴과 막스가 또 다른 친구 시몽을 기다리다 뒤늦게 도착한 시몽의 고백에 우왕좌왕하는 부분이다. 시몽이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그녀를 죽였다고 자백했기 때문.
 
35년간 절친한 친구로 지내온 폴과 막스는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시몽 앞에서 갈등한다. 막스는 시몽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시몽은 12년 전 어려운 처지에 빠진 막스를 위해 5만 유로를 빌려줬던 일을 상기시키고,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자살을 하겠다고 협박한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세 중년남자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벌이는 이 소동극은 틈틈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며 빠르게 펼쳐졌다.
 
여자와 우정에 대한 솔직하고 화끈한 이야기…시국 풍자도 웃음 자아내  
제목은 <우리의 여자들>이지만, 이 작품에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 세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아내, 딸, 옛 애인 등 여자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때로 그 이야기는 성별과 관계없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대웅 연출은 “이 연극은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질투도 하고 시기도 하는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며 “세 친구들의 소동극을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을 되새기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해? 요즘 그래?” “우리 대통령은 워낙 드라마틱한 걸 좋아하시니까” 등 요즘 시국을 빗댄 대사들도 폭소를 이끌어냈다. 이대웅 연출은 “연습을 하는 도중 시국이 안 좋아졌는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대신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런 대사를 넣게 됐다.”고 전했다.
 
<우리의 여자들>은 가족과 우정에 대한 따스한 ‘힐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프랑스 연극 <톡톡>에도 출연 중인 서현철은 “한국적인 것이 따스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프랑스 작품에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있더라. 문화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정서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 연극의 따뜻한 결말을 예고했다.
 
저마다 오랜 연기 경력과 개성을 자랑하는 중년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안내상, 서현철, 유연수가 평화를 추구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폴을, 우현과 정석용이 트러블 메이커 시몽을, 이원종과 김광식이 까칠한 성격의 방사선 기사 막스를 연기한다.
 
이날 무대에는 드라마 촬영 중인 안내상을 제외한 전 출연진이 나와 시연 후 소감을 밝혔다. 18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우현은 친구 안내상의 끈질긴 권유에도 출연을 마다하다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쇼미더머니>에 스타가 나와 실수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이번 공연이 내게는 연극 첫 출연작과 다름없다”는 그는 사뭇 긴장한 기색이었다.  
 
2막에서 랩을 선보이는 이원종은 “길이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조금씩 더 나은 공연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말을 전했고, 영화 <부산행>에서 주목받았던 정석용은 “연극에는 ‘쭉 이어가는 맛’이 있다. 어떻게 해서든 무대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고 연극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매력적인 개성파 배우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따스한 코미디 <우리의 여자들>은 내년 2월 12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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