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음악의 주인공은 이 세계의 청년" 11집 정규 앨범 발매한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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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김윤아의 독보적인 음색과 밴드 특유의 음악성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밴드 자우림이 3년 만에 11번째 정규 앨범 '영원한 사랑'을 들고 돌아왔다. 밴드 자우림은 1997년 1집 ‘퍼플 하트(Purple Heart)’ 발매와 함께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매직 카펫 라이드’, ‘샤이닝’ , ‘하하하쏭’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호소력 짙은 음색과 세련된 음악 스타일로 명실공히 국내의 대표적인 록밴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는 자우림만의 매력이 극대화된 곡이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어두운 멜로디이지만 희망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앨범은 12곡이 담긴 실물 CD와 함께 128페이지에 이르는 사진, 가사집에는 한편의 예술 작품 같은 사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인터뷰를 위해 먼저 감상한 자우림의 11집 음악은 검다 못해 검붉었다. 자우림만의 더욱 깊고 짙어진 음악에 흠뻑 취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앨범 만족도가 높다던 자우림과 지난 2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1집 앨범의 의미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만들었다’
 
"이번 11집 수록곡들은 사실 2020년 발매로 목표로 준비를 했었어요. 그러나 작년 상황이 좋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작년에는 위로가 될 수 있는, 따뜻한 노래를 많이 만들었어요. 자우림 최초의 EP 앨범도 발매했고요. 이번에 3년 만에 11집 앨범이 나오긴 했지만 그동안 여러 작업을 해서 체감적으로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이제는 작년과 달리 약간 희망을 보기 시작했잖아요. 이제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길에 서 있으니까, 이런 어두운 음악을 던져도 너무 큰 민페는 아니겠다 싶었어요. 지금 시점에 자우림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음악은 음악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운 것은 밴드가 11번째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었다는 건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김윤아)

"만족도라는 게 뭘 완성했다는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자우림의 팬으로서 음악을 듣는 리스너로서 음악이 너무 좋아요." (이선규)
 
어둠은 자우림 음악의 매력
음악은 음악으로 느껴달라


"우리가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그런 것은 뭔가 파급력이 있고 좋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면 될 것 같고요. 저희는 항상 우리는 이래라는 이야기를 해왔어요. 자우림 노래에는 어두운 측면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세요. 맞아요. 저희는 처음부터 계속 그래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자우림의 어두운 측면은 계속 나올 거예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어두움은 꾸민 것도 아니고 지운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11집은 특히 더 검붉게 어두워서 그 부분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김윤아)

"앨범을 낼 때마다 다행히도 사랑받는 곡이 한두 곡 정도 생기고 있어요. 저희처럼 오래된 밴드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딜레마가 '초창기 히트곡 몇 곡 가지고 지금까지 우려먹는다'거든요. 자우림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다행히 이번 앨범에서도 앞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이 나올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이선규)

"자우림 음악은 기본적으로 저희가 좋아서 하는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 우리가 의도한 점이에요. 그래서 앨범을 완성했을 때마다 정말 충족되는 느낌을 받아요.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 자우림의 손을 떠났으니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팬들이 들어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감정이 있는데요. 혹시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고 다음 날 아침이 기억나신다면 그 감정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김윤아)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곡은

"우리 집 막내 고양이 빼옹이를 모티브로 한 '빼옹뻬옹'이란 곡이 있어요. 이 곡은 후반 작업이 많이 걸렸어요. 정말 한 땀 한 땀 수정이 필요했는데, 3일 정도 철야를 한 것 같아요. 고생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김윤아) 

"'영원한 사랑'이란 곡이 있어요. 이 노래는 데모를 만들 때부터 머릿속에 있었던 사운드를 그대로 구현했어요. 정갈한 연주가 아닌 지하 클럽에서 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는데요. 이런 사운드를 앨범에 담을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김진만)

"이번에 'STAY WITH ME'라는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했어요. 우리들은 곡 쓰고, 편곡하고 녹음하면서 노래를 수백 번씩 듣기 때문에 타이틀곡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흐려져요. 많은 분들의 모니터를 거쳐서 이 노래가 타이틀곡으로 선택이 됐어요. 특히 젊은 분들이 이 곡을 듣고 딱 타이틀곡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이선규)
 
코로나19로 밴드가 사는 법

"무대에 오랫동안 서지 못해 밴드로서의 정체성 혼란이 올 정도였어요. 당연히 위기였죠. 그런데 저희도 저희지만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저희와 함께 준비하는 조명, 악기, 세션 등 업체가 많아요. 이들은 공연이 생업이 걸린 일이거든요. 공연이라는 게 팬데믹 상황에서 성립이 안되니까 업체들이 도산하는 경우도 생기고... 안 좋은 일이 많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자우림은 이런 상황에서도 몇 번인가 공연도 하고 행사도 했어요. 주로 온라인으로 송출을 하는 페스티벌이나 지자체 비대면 공연을 했는데 정말 기회가 되면 다 하려고 했어요. 그게 자우림, 팬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팀 등 모두를 위한 일이었거든요. 공연이 바깥에서 보기에는 즐거운 축제같이 보이지만 사실 많은 분들의 노고로 만들어지는 일이에요." (김윤아)
 
관객들의 함성이 없는 비대면 공연에 대한 생각

"공연을 할 수 없으니 유튜브를 통해서 비대면 공연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데요. 그런 작업들도 나름의 재미는 있는데 왠지 그런 스케줄을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는 뭔가 아쉬움이 남아요. 밴드는 관객들 앞에 있어야 살아 있거든요. 역시 공연은 대면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 (김진만)

"함성이 없는 공연은 나름의 미덕이 있어요. 관객들이 조용히 앉아서 감상만 할 수 있으니 우리는 그것대로 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이 있어요. 음악적으로도 풍성하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고요. 이번 주말에 열리는 공연 준비하면서 편곡 공부하느라 예전 공연 영상을 찾아봤어요. 페스티벌에서 자우림 음악에 사람들이 뒤엉켜 있고 소리 지르고 있는데요. 이런 록 페스티벌이 너무 그립더라고요. 사람들이 음악에 취해 기분이 좋아서 방방 뛰는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정말 눈물 날 것 같아요." (김윤아)
 
자우림만의 감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게 귀 기울일 것


"함께한 지 24년이 됐으니 물리적으로는 많이 변했죠. 그러나 우리끼리 있을 때는 청춘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들리는 음악들, 보이는 것들에 관심과 호기심을 항상 가지려고 하고요." (이선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을 부정하는 생각에 고착되면 그때부터 꼰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문과 귀를 항상 열어 두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SNS 중독이에요. 제가 직접 SNS를 하는 중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중독자인데요. 저랑 관계없는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사는 많은 분들의 일상을 훔쳐보고 있어요. 그분들의 이야기가 다 그냥 제 이야기 같아요. 2021년의 현재를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제 가슴에 와닿아요. 그 이야기들이 어떤 날은 절 기쁘게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김윤아)
 
자우림 음악의 주인공은 그 세계를 살고 있는 청년
세상을 같이 살면서 음악으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우림 음악의 주인공은 언제나 어떤 청년이었어요. 97년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사람인데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령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단지 이 사람을 청년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마음 속에 어떤 갈등과 갈증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이 화자의 유무가 제가 개인 작업을 할 때랑 자우림 음악을 작업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해요. 이 사람은 자우림이라는 숲 안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이 세계에서 정말 살고 있어서, 97년, 98년을 지나 지금 2021년까지 세계를 살고 있어요. 그 세계 안에서 이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하는데 그 사람 이야기를 계속 만드니까 2021년에 청년인 사람, 97년에 청년인 사람도 이건 내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자우림 음악의 힘인 것 같아요. 세상을 같이 살면서 그런 사는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 앞으로 그렇게 계속 밴드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김윤아)
 
밴드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존중
·존경할 수 있는 멤버들 덕분에 24년 동안 한결같이 올 수 있었다 

"매 순간요." (김진만)

"페스티벌에 가서 대기실 구석에서 셋이 속닥속닥할 때" (이선규) 

"그냥 밴드를 해서 잘 했다가 아니라 진만형, 선규형과 밴드를 해서 잘했다고 생각해요. 24년 동안 밴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멤버들의 인격 덕분인 것 같아요. 두 형들이 인격을 갖춘 분들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어요.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동료와 일을 한다는 것이 흔한 축복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린 셋 다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는 서로 눈빛만 봐도 알아요."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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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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