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한 문제적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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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해에도 공연계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뮤지컬 분야에서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변함없는 인기와 함께 새로운 소재로 과감히 도전한 창작 뮤지컬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연극 분야에서는 ‘검열’ 논란 속에서도 묵묵히 시대를 반영하는 여러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기도 했다. 특히 올해에는 특히 끊임없는 이슈를 낳은 공연들이 많았다. 2016년 공연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작품들을 정리했다.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 박은태, 굵직한 뮤지컬 계의 두 스타가 원캐스트로 함께 공연을 펼쳐 화제를 모은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미주의’라는 독특한 소재와 함께 이지나 연출 등 화려한 제작진들이 참여해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개막 이후 작품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탄생’, ‘김준수가 있어 가능한 뮤지컬’이라는 호평과 함께 ‘지루한 작품’, ‘난감한 김준수의 원맨쇼’라는 혹평이 동시에 쏟아졌다.

또한 폐막을 앞두고는 흥행 보증수표인 김준수의 티켓 파워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의혹의 기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평일 좌석점유율이 김준수의 이전 작품보다 상당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김준수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좌석점유율이 일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티켓판매량은 이전과 다름없다”라는 해명을 내놓으며 일부 언론을 향해 애석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객들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리안 그레이>. 여러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2달 간 57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더 견고해진 완성도로 돌아올 재연을 기대해 본다.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는 매 시즌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캐스팅으로 화제를 낳았다. 현재 최고의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 한 김준수는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계에 입문했고, 박효신 역시 2014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새로운 시즌에 합류할 주인공에 대한 관심 또한 상당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2016 모차르트의 새로운 주인공은 캐스팅 발표 직후 이어진 관객들의 보이콧에 시달려야 했다. 바로 과거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 전력이 있는 엠씨 더 맥스의 보컬 이수가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뮤지컬 팬들은 그의 캐스팅 소식에 출연 반대 광고 모금활동까지 펼치고 제작사에 항의하는 등 강력한 반발에 나섰고, 제작사 측은 “소속사 논의 끝에 어렵게 하차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백기를 들었다.

결국 추가 캐스팅 없이 이지훈, 전동석, 규현 등 세 배우의 출연으로 지방공연까지 세 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 뮤지컬 <모차르트>. 여전히 식지 않은 사랑으로 흥행 속에 작품은 마무리됐지만, 캐스팅 초반의 옥의 티는 제작사 쪽에서도 아쉬움으로 남을 듯 하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답게 다음 시즌에서는 공연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는 깜짝 캐스팅이 이뤄지기를.
 
보도지침

언론계의 흑역사로 불리는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의 ‘보도지침’ 사건을 다룬 연극 <보도지침>. 밀도 높은 대사와 속도감 있는 연출로 언론계의 호평을 받았지만 이 작품은 아쉽게도 예정일 보다 일 주일 먼저 작품을 내려야 했다. 바로 제작사 대표의 말실수 때문이었다.

LSM컴퍼니 대표 이성모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로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침체된 공연계에 20~30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저가의 가벼운 공연들이 넘쳐날 때였다. 그런 상황을 탈피해 모든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을 보고싶다”고 답했고, 해당 인터뷰는 작품 브로슈어에도 실리며 20~30대 여성들의 반발에 시달렸다. 여기에 이 대표가 과거 20~30대 여성 관객들을 배척하는 뉘앙스의 글을 SNS에 올린 것이 알려지며 파문은 더 확산됐다. 결국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마음이 돌아선 일부 관객들은 수백 장의 티켓 환불을 요구하며 비난에 나섰다. 

물론 '메시지가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대로 날카로운 대사들과 배우들의 밀도높은 연기로 꽉찬 이 작품은 언론과 관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폐막 직전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반짝 흥행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제작사 쪽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연의 요건은 관객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좋은 작품인 만큼 관객을 섬기는 더 성숙한 자세로 다시 무대에 설 날을 기다려본다.
 
록키

어려워진 공연계의 현실을 느끼게 한 작품도 있었다. 바로 40여 억원을 투자해 만든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록키>의 공연이 개막 하루 전 취소된 사건이다. 실버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록키’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연되는 작품으로 신성우, 송창의, 신구 등이 캐스팅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제작사 엠뮤지컬은 지난 10월 28일 “2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올라갈 예정이던 뮤지컬 ‘록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공지하며 팬들과 배우 및 제작진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특히 작품에 캐스팅됐던 배우 김지우는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조차 전화통보로 받았다”며 SNS를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취소는 제작사가 개막 하루 전까지 대관 극장인 디큐브아트센터에 대관료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제작사들의 ‘돌려막기’ 관행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이라는 어느 노래 제목처럼 두 달여 간 배우와 제작진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게 언젠가는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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