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전하는 가장 인간다운 이야기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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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공연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4일 프레스콜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공개했다. 서울 종로구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이 날 행사에는 김동연 연출,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사가 콤비를 비롯한 창작진과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전미도, 이지숙, 성종완, 고훈정 등 모든 배우가 참여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사는 구식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서정적인 넘버로 풀어낸 작품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이 등장한다고 해서 공상과학 장르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윌 애런슨과 함께 극을 쓴 박천휴 작사가는 “단순히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 보다는 미래의 인간들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사는지를 로봇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주인공들이 로봇이란 설정은 주제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무대 디자인도 이런 창작진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모습이다. 버림받은 고물 로봇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를 표현한 무대에서는 ‘미래’ 하면 흔히 떠오르는 금속성 재질을 찾아 볼 수 없다. 김동연 연출은 아날로그 감성을 무대에 담고 싶었다며 무대 컨셉에 대해 입을 뗐다.  
 
“무대가 작품 특유의 감성을 담고 있다. 배경이 미래임을 드러내는 몇가지 포인트 외에 나머지는 구식 로봇들과 같이 낡은 느낌을 줬다. 낡은 책, 낡은 아파트, 재즈 음악 등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살렸다.”
 
이 날 무대에서는 러브테마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비롯해 넘버 5곡이 시연됐다. 주인공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과 거의 흡사한 사고력과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과는 구별되는 로봇적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따라서 배우들은 로봇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단조로운 어투를 군데군데 섞어 주인공이 로봇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클레어 역의 이지숙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참고했지만 영상물에서만 표현 가능한 부분이 많았다”며 캐릭터 분석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또 “고장난 상태를 표현하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면서 “거울을 보며 혼자 팔을 이리저리 꺾어보며 동작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트라이아웃 공연에도 참여했던 올리버 역 정욱진은 자로 잰듯한 2대 8 가르마 헤어스타일과 뚝뚝 분절되는 듯한 움직임, 일정한 리듬감이 반복되는 어투로 실감나는 로봇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서 로봇을 연기했던 주드 로를 참고한 헤어스타일”이라며 “다른 배우들이 워낙 얼굴이 작아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이마를 훤히 드러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피아노, 드럼, 바이올린, 첼로 등으로 구성된 6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작품의 아날로그적 색채를 살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작곡가 윌 애런슨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신디사이저등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보다는 가장 어쿠스틱한 소리로 채우고 싶었다”면서 “이 이야기는 공상과학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정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고 작곡 의도를 전했다.
 

극 중에서 올리버와 그의 주인 제임스가 재즈음악 마니아로 나오는 만큼 6인조 밴드는 공연 내내 재즈 선율을 이어간다. 밴드 뿐만 아니라 제임스 역의 고훈정과 성종완도 직접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감성적인 넘버와 세심한 연기, 따뜻한 메시지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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