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석 신드롬' 재현될까? <나쁜 자석>의 매력 공개
- 2017.02.27
- 김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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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넘치는 열두 명의 배우들은 연습장면 공개에도, 인터뷰 답변에도 거침이 없었다. 2012년 ‘자석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끈 연극 <나쁜 자석>이 오는 3월 5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제작진은 플레이디비에 연습 현장을 단독공개하며 새로운 캐스팅으로 새롭게 꾸민 작품의 이모저모를 선보였다.
<나쁜자석>은 어릴 적부터 한 마을에 모여 어울린 네 소년 프레이저, 고든, 폴, 앨런의 이야기다. 이들은 9살에 만나 19살에 공통된 상처를 갖게 되고, 29살이 되어 다시 만나 그 상처를 되돌아 본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의 전개인 만큼 배우들이 표현해야 할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넓은 점이 특징이다.
▲ "외향적인 성격이라 고든과 안 어울린대요" 고든과 달리 유쾌한 세 배우 송광일, 오승훈, 문태유
연습장면 시연은 극 중 19살의 네 소년이 밴드를 결성해 자작곡 ‘튤립’을 부르는 도입부 장면으로 시작했다. 오승훈, 박강현, 배두훈, 우찬은 실감나는 핸드싱크로 프로 록밴드 못지 않은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이들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인 만큼 소절을 나눠 부르며 가창력을 과시했다. 이 장면은 네 소년이 겪게 될 갈등의 씨앗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다른 문학적 재능을 갖고 있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고든과 다른 멤버들간의 의견대립이 시작돼 관객들에게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습 시연은 9살로 돌아간 프레이저, 폴, 앨런이 고든과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고든이 친구들에게 자신이 만든 매력적인 동화를 들려주면서 네 소년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배우들은 고든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이다가, 동화 속 주인공으로 분해 장면을 묘사해냈다. 극 중 역할이 바뀌어도 9살 특유의 어투, 몸짓, 천진난만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문태유, 강정우, 박강현, 손유동은 눈 깜박임, 고개짓 하나까지 어린아이의 모습을 세세히 살려내 그간의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 "고든은 죽었다고! 왜 너만 몰라" 어른이 되었지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폴(안재영)과 프레이저(이창엽)
장면이 바뀌고 29살이 되어 다시 만난 프레이저, 폴, 앨런이 등장했다. 폴과 앨런은 10년 전 사라져버린 고든을 추억하자며 그의 동화를 꺼내들지만, 프레이저에게 고든은 그저 아픈 기억일 뿐이다. 성인이 된 소년들이 연기해내는 고든의 동화는 9살 때의 동화 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거칠게 밀어내며 억눌린 감정들을 토해낸다. 이창엽, 안재영, 송광일, 최용식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선을 빠른 호흡으로 풀어나간다.
시연에 이어 배우들에게 그간의 준비과정과 작품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페이스북 중계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던 만큼 배우들은 위트 넘치는 답변들로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고든 역의 문태유, 송광일, 오승훈에게 ‘실제 성격이 고든과 제일 다른 사람’을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송광일을 지목했다. 스스로도 자신이 고든과 다른 편이라고 답변한 송광일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삶의 목표라서 고든과 다르게 외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땐 외로움도 많이 타고 고든 같은 면도 있다”며 답했다.
프레이저 역의 박강현, 박은석, 이창엽에게는 자신이 연기하는 프레이저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먼저 입을 뗀 박강현은 “오발탄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폭발할 것 같은 인물”이라며 짧고 강렬한 답변을 남겼다. 박강현은 인터뷰 중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 휴고를 이용해 놀라운 복화술 연기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종영된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해 이름을 더 널리 알린 박은석은 “프레이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프다’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라고 하며 세상과 싸우는 인물이기에 외롭고 아플 것”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전했다. 이창엽은 ‘외톨이’라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외로움의 정서를 깔고 있는 배역이기 때문이라는 것.
▲ "제가 타임머신에 넣고 싶은 건요‥" 폴 역의 안재영, 배두훈, 손유동
폴을 연기하는 안재영, 배두훈, 손유동에게는 ‘타임머신에 지금 넣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지 물었다. 극 중 네 소년은 9살 때 각자 소중한 물건을 땅에 묻고 훗날에 열어보자고 약속한다. 배우들의 답변은 9살 소년처럼 순수한 감성이 묻어났다. 손유동은 “건강을 넣고 싶다. 지금 불타오르는 열정과 건강을 잘 보관해놨다가 나중에 꺼내서 쓰고 싶다”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배두훈은 “9살로 돌아간다면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넣고 싶다. 세월이 지나서 꺼내보면 내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추억하게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안재영은 “과거를 추억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지금의 감정이나 상태를 담은 글이나 사진을 넣고 싶다”고 답했다.
앨런으로 캐스팅 된 우찬, 강정우, 최용식은 ‘서로의 ‘앨런’ 연기에 자극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서로 자극 받는 점도 많지만 서로의 연기에서 배울 점들을 찾고 더 나은 연기를 위해 생각을 공유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답하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 "프레이저는 외로운 친구라고 생각해요" 박강현, 박은석, 이창엽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열 두명의 배우 모두에게 연기하며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다. 박은석은 “9살, 19살, 29살의 연기를 넘나들면서 나이대 별로 연기를 차별화하는 게 제일 어려웠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한만큼 실망스럽지 않은 연기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많은 공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학로 인기배우로 꼽히는 이들은 “전 배우, 스탭들이 하나로 뭉쳐 기대를 넘어서는 공연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2013년에 이어 추민주 연출이 참여하는 연극 <나쁜자석>은 오는 3월 5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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