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리 인터뷰② 7가지 키워드로 말하는 마이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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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편(보기)에 이어 이번에는 일곱 가지 키워드를 통해 마이클 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의미이며, 그간 여러 차례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온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일까?
 
첫 번째 키워드,
한국 관객들에게 마이클 리를 알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제가 음악, 예술도 좋아했지만 성직에도 관심이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독실한 천주교인이었고, 저도 성당에 다녔어요. 그러니 <지저스>는 제 관심사가 다 들어간 공연인 셈이죠. 종교도 있고, 예술도 있고, 록 음악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부터 완전히 빠졌어요. 미국에서 이 작품에 동양인 배우를 캐스팅할 제작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캐스팅됐으니 너무 좋았죠. 처음엔 브로드웨이에서 시몬, 유다를 연기하고 한국에서 예수를 연기하게 된 거에요.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은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에요. <지저스>는 미국에서도 기독교 혹은 반 기독교 관객에 따라 반응이 갈리는 공연이라 한국 관객들이 과연 이 작품을 받아들일지 부담이 컸거든요. 그런데 공연이 끝났을 때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순간은 정말 죽을 때까지 기억날 것 같아요.
 
두 번째 키워드,
재미교포 2세인 마이클 리에게
한국
2006년 <미스 사이공>으로 처음 한국에 왔고, 4년 전부터 아예 한국으로 이사와 살고 있죠. 한국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가 계속 미국에 있었으면 딱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여기선 제가 한국 말을 잘 할 수도, 잘 들을 수도 없다 보니 항상 연습을 남들보다 500% 더 해야 했어요. 한국 배우들만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으면 그들이 1시간 연습할 동안 저는 5시간, 10시간 연습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연습을 한참 할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해요(웃음).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와이프에게 투정도 하고(웃음). 그래도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좀 거만했을지도 몰라요. 한국에 와서 겸손해질 수 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배울 것이 있었으니까요.
 
세 번째 키워드,
마이클 리의 롤모델
돌아가신 케빈 그레이(Kevin Gray)와 탐 세스마(Thom Sesma). 둘 다 동양인 배우들인데, 그들에게서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대에는 어떤 마음으로 올라가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케빈 그레이는 동양인 엄마와 서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동,서양인 캐릭터를 다 연기했죠. 그와 <미스 사이공>을 공연할 때 한 번은 앙상블 몇 명이 무대 뒤에서 장난을 쳤어요. 공연이 끝나자 케빈이 그들을 불러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냐고 했죠. 배우들에게, 특히 우리 동양인 배우들에게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데 장난을 칠 수가 있냐고.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배우들에게 무대란 정말 특별한 기회에요. 일도, 돈도 없이 사는 게 많은 배우들의 일상이죠. 그만큼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에는 온전히 집중해서 자신의 100%를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해요. 사람들은 케빈 그레이가 잘생겼으니까 많은 작품에 캐스팅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에요. 그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죠. 함께 연습을 할 때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제가 실수하면 큰일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탐 세스마에게선 무대나 드라마,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많은 배우들이 역할을 받으면 첫 리허설부터 연습을 시작해요. 그런데 탐 세스마는 첫 리허설 전부터 완벽하게 준비를 했어요. 그런 자세를 닮고 싶어요.  
 
네 번째 키워드,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팬텀싱어>
참가자들이 다들 노래를 너무 잘 해서, 노래 쪽으로는 도움을 줄 게 별로 없었어요. 제가 심사위원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무대매너나 연기,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였죠. 무대에 서는 예술가들은 자신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알아야 해요. 노래는 정말 다들 잘 해서, 나중에 누구와 함께 노래해도 좋을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들이랑은 나중에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재미있겠죠.
 
다섯 번째 키워드,
창작자를 꿈꾸는 마이클 리
지금은 바빠서 못 쓰지만, 영화 시나리오도 썼어요. 지금도 아이디어는 많아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요즘 세계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잖아요. 한국의 대통령도, 북한의 김정은도, 미국의 트럼프도 다 문제죠. 그래서 앞으로 뭔가 큰 문제들이 생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시나리오에서는 트럼프가 북한을 도발해서 미국 군인들이 한국에 와요. 미국 군인은 저처럼 교포라서 한국 말을 못 해요(웃음). 그들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한국 군인들을 만나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영화보다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좋을 것 같아요. 한 공간에서 전쟁과 삶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동안 창작뮤지컬을 하면서 느낀 건,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거에요. 배우들이 창작자의 생각을 이해해야 창작자의 생각을 잘 구현할 수 있거든요. <서편제>를 했을 때도, <더 데빌> 때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겁이 없는 배우들,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전 연출과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활동하고 계신 연출님들을 보면 너무 대단해서 내가 정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웃음).
 
여섯 번째 키워드,
마이클 리가 생각하는 좋은 뮤지컬이란
가장 좋은 뮤지컬은 개인적인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규모가 작은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뮤지컬이요. 제가 대학교 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넥스트 투 노멀>이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같은 심리학과 관련된 뮤지컬을 좋아해요. <퍼레이드>같은 손드하임의 뮤지컬도 좋고요.
 
일곱 번째 키워드,
마이클 리에게 행복이란
전 되게 운 좋은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꼭 연기가 아니어도, 죽을 때까지 이 분야에 있고 싶어요. 가장 원하는 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고요. 한국에 와서 살면서 가족이 더 늘었어요. 진짜 가족도 있지만, 매니저도 이제 내 가족과 마찬가지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같이 일하고 싶어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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