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이자람 만났다, 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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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면 정말 손해를 볼까? 그 화두에 대해 작가로서, 연출가로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완창 판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창극을 마치 완창 판소리를 하듯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활약 중인 고선웅 연출이 국립창극단과 손잡고 두 번째 창극 작업에 나섰다. 판소리 <흥보가>를 각색한 <흥보씨>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2014년 국립창극단과 함께 발표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창극에 도전해 제8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는 창극 최초로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공연하는 등의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지난 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살아오면서 쌓인 인생에 대한 생각들, 내 나름의 판단들이 작품에 녹아 있다. 학창시절 선생님과 부모님이 늘 ‘손해보며 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살아보니 그 말이 맞더라. <흥보씨>에서 그 이야기를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공연에 담아내고자 한 주제를 설명했다.
 
고선웅

고선웅 연출은 기존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비춰내 웃음과 통찰을 이끌어내는 소위 ‘비틀기’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지, 비틀려고 비트는 것이 아니다”라며 웃음 지은 고선웅 연출은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점점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쉽고 담백하게, 지루하지 않게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흥부가>도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새로운 것들을 찾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바에 따르면, 고선웅 연출이 <흥보가>를 바탕으로 각색/연출하는 <흥보씨>는 권선징악이라는 원작의 주제를 그대로 담되 기존과는 다른 설정과 캐릭터로 흥미를 더할 예정이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새 ‘제비’가 강남에서 여자들을 꼬시는 바람둥이 남성으로 재탄생했고, 흥보와 놀보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배다른 형제로 등장한다.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 기존에 없던 캐릭터도 나온다.   
 
이자람

이번 작품은 고선웅과 이자람의 만남으로도 이목을 끈다. 배우이자 인디밴드 보컬 등으로 활동하며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억척가>를 선보여온 소리꾼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았다. 먼저 이자람에게 작업을 제안했다는 고선웅 연출은 “내가 하는 작품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같이 작업해 보니 자람 씨의 텍스트 분석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놀랐다.”고 말했다.
 
고선웅 연출이 <흥보가>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구성했다면, 이자람은 기존의 소리에 새로운 사운드를 입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날 이자람이 음원으로 공개한 ‘쟁기질 노래’와 ‘가솔들의 축하 노래’에서는 기존의 판소리와는 사뭇 다른 리듬감과 세련된 사운드가 돋보였다.
 
“새롭다는 것은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몸에 쌓이는 수많은 것들이 재조합될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간 창극단에서 볼 수 없었던 합창 등의 조합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대본에 충실하게, 연출의 목적에 맞게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이자람)
 
(위)흥보 역 김준수 / (아래)놀보 역 최호성

<흥보씨>에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여인 헬레나로 분했던 김준수를 비롯해 남자 단원들이 주역으로 나선다. 김준수가 흥보를, 최호성이 놀보를 맡아 호흡을 맞추고, 최용석이 마당쇠로, 이광복이 원님으로, 유태평양이 제비로 분한다.
 
놀부 역의 최호성은 “연출님이 뻔하고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를 정말 신선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시는 저력이 있더라. <흥보가>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인데, 정말 신선하게 각색되고 깨알같은 재미가 들어갔다. 좋은 작품을 만난 만큼 모든 배우와 스텝들도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를 높였고,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도 “이번 공연이 국립극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흥보씨>는 오는 4월 5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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