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과 우연의 일치” 김광보 연출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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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은 150년 후 한국에서 일어날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노르웨이의 국민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연극 <왕위 주장자들>이 창작된 지 154년만에 국내에서 초연된다. 서울시극단이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리는 이 연극은 최근 한국 사회의 혼란한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원작을 번역한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는 “입센 선생이 어떻게 15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일어날 일을 내다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시국과 통하는 대사가 많다”며 극을 소개했다. 이에 김광보 연출은 “시국에 맞춰 이 작품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왕위 주장자들>은 김 연출이 2년 전 서울시극단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발표했던 3개년 작품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왕위 주장자들>은 13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스베레왕 서거 후 호콘왕과 스쿨레 백작 사이에서 벌어진 왕권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찬 호콘왕과 끊임없이 왕권을 탐내는 스쿨레 백작, 그리고 둘 사이에서 의심을 부추겨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 니콜라스 주교까지 욕망에 가득 찬 인물들과 혼돈스러운 정국을 그려냈다. 5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닮았다.  
 
▲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는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김광보 연출은 “절망의 시기를 지나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들의 희망이 과연 바람직한 희망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라며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각색을 맡은 극작가 고연옥은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는데,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 중에는 호콘왕처럼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찬 사람도 있지만 스쿨레 백작처럼 스스로의 능력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보통 의심은 나약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심을 가진다고 꼭 약한 사람은 아니며 자기 확신이 강하더라도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은 연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역사극이지만 거시적인 정쟁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흐름을 세밀히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고연옥 작가는 “스쿨레 백작이 추종자들 앞에서 당당한 리더의 모습을 유지하다가 혼자 있을 때 ‘언제까지 이 노릇을 해야 하나’라며 리더의 고충을 토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라며 입을 뗐다. “이게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약한 아이로 돌아가는 때가 있지 않나. 작품을 끌고 가는 사건들이 인물들의 내면에서 파생된다는 점에서 현대극적인 요소가 많다.”

 

옥쇄를 쥔 섭정자 스쿨레 백작은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이자 최근 <연변엄마>, <불역쾌재>에 출연한 유성주가 연기한다. 백작에 맞서는 호콘왕 역은 <마라, 사드>, <오이디푸스 왕>의 김주헌이 맡았다. 호콘왕과 스쿨레 백작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일으키는 니콜라스 주교 역에는 <우리의 여자들>, <국물 있사옵니다>의 유연수가 출연해 열연할 예정이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 연극 <왕위 주장자들>은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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