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신랄한 풍자의 참맛, 뮤지컬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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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볼거리에 현 시국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았다. 지난해 6월 리딩 공연을 통해 호평받았던 뮤지컬 <판>이 100분짜리 정식 뮤지컬로 새로 태어났다. 지난 23일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본 <판>은 우리나라 전통 연극 장르인 ‘연희’를 접목시킨 만큼 마당놀이를 하듯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뮤지컬 <판>은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 청년 ‘달수’가 이야기꾼 ‘호태’를 만나 조선 최고의 재담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좋아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고자 이야기꾼의 길에 들어선 달수는 점차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떠간다. 달수가 낭독하던 책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패관소설’이었기 때문.

 

등장인물들이 매설방(이야기방)에 모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많다 보니 <판>에는 큰 줄기의 이야기 흐름과 관계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극중극 형태로 담겨있다. 극중극은 대부분 2017년 우리나라의 시국을 연상케 하는 풍자담이다. 배우들의 입담으로 신랄함을 더한 대사들이 카타르시스를 자극하지만 공연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시국과 맞지 않아 재미가 반감될 수 있는 요인. 이에 대해 극본을 쓴 정은영 작가는 “시의적 주제들이 중요하다. 앞으로 재공연이 된다면 그때의 상황에 맞춰 (극중극의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답해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다채롭게 풀어낸 넘버들도 <판>의 매력 요소다. 전통 연희에서 해설자 겸 반주자인 ‘산받이’가 등장해 무대 바깥에서 배우들과 대화를 주고받는가 하면, 배우들은 의자 소품을 이용해 짤막한 타악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전통악기의 반주가 이어지다가도 보사노바, 탱고, 스윙 등 귀에 익숙한 서양 음악이 이어져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박윤솔 작곡가는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을 조화롭게 엮는 게 어려웠다. 이야기하는 부분은 연희로 풀어내고 다른 부분은 서양 장르 음악들을 적용했다”며 제작 과정을 전했다.

 

김지철, 최유하, 윤진영 등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탄탄한 호흡도 극에 재미를 더한다. 연극 <톡톡>, <더맨인더홀> 등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김지철은 지난해 리딩 공연에 이어 본 공연에 다시 오른다. <무한동력>,<그 여름, 동물원>의 유제윤도 함께 달수 역을 맡았다. <보도지침>, <날 보러와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대곤과 <빨래>,<바람직한 청소년>의 김지훈은 능청맞은 이야기꾼 호태를 연기한다. SBS <웃찾사>로 얼굴을 알렸던 윤진영은 사또, 달수의 몸종 등 다양한 캐릭터를 바쁘게 오가며 극에 탄력을 더하고 매력적인 매설방 주인 춘섬은 <난쟁이들>, <안녕, 여름>의 최유하가 연기한다.
 

뮤지컬 <판>이 공연되는 CJ아지트 대학로는 20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약 1미터.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감상하는 동시에 밀접하게 소통하기 좋은 구조다. 배우들도 관객들에게 말 걸기를 주저하지 않는 만큼 아담한 극장의 분위기는 극중 배경인 조선시대 이야기방과 흡사하다.
 
2016년 우리나라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아랑가>로 제5회 예그린어워드 연출상을 거머쥔 변정주 연출과 뮤지컬 <명성황후>로 잘 알려진 김길려 음악감독이 참여한 뮤지컬 <판>은 오는 4월 15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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