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족? 안 겪어보면 몰라” 연극 <사랑해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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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죠. 저도 검진 받아봤을 정도예요”

 

배우 정영숙은 연극 <사랑해요 당신>을 준비하면서 병원에서 뇌 검사를 받아봤다고 고백했다. 치매에 걸린 아내 ‘주윤애’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사소한 건망증도 웃어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2025년이면 치매인구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와 그녀를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가슴 절절하게 그려낸 연극 <사랑해요 당신>이 4월 4일 개막을 앞두고 프레스콜로 주요 장면을 공개했다. <사랑해요 당신>에는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 TV와 스크린을 통해 잘 알려진 중견 배우들이 출연해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시연 무대에는 먼저 남편 ‘한상우’역의 장용과 아내 ‘주윤애’를 연기하는 오미연이 올랐다. 두 배우는 자신의 치매증세를 발견하게 되는 아내의 불안감과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걱정스런 마음이 교차되는 장면을 시연했다.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며 각각 남편과 아내 역을 수없이 맡아온 장용과 오미연은 능숙한 호흡으로 부부를 연기했다. 장용은 이번 연극으로 35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지만 무대는 정말 오랜만이다. 다시 신인이 된 기분으로 연기한다”며 작품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오미연은 작품 속 이야기가 실제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껴져 연기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고백했다. “최근 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셔서 한 2주 동안 대소변을 직접 받아냈는데 어머니를 잘 돌봐야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실제로는 힘들고 도망가고 싶더라. 그렇게 이상과 실제는 다르다. <사랑해요 당신>은 병든 가족을 돌보는 가족들의 현실적인 감정 변화 과정을 그려냈다. 고령화 시대의 가족들이 보면 배울 점이 많은 연극이다.”
 
페어를 바꿔 이어진 시연에는 ‘남편’ 이순재와 ‘아내’ 정영숙, 그리고 ‘아들’역의 문용현이 올랐다. 자신도 몸이 불편하지만 치매 증세가 심해진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남편.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안쓰러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설득하는 아들까지 치매환자 가족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그려냈다.
 
지난 2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전국투어를 마치자마자 <사랑해요 당신> 연습에 합류했다는 이순재는 “대사를 암기해야 하는 배우에게 치매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 평소에 이것저것 암기 훈련을 하는데, 연극 한편을 무사히 연기하고 나면 아직 기억력이 쓸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며 농담을 건넸다.
 
한편 네 명의 베테랑 배우와 함께 작품을 만든 이재성 연출은 “치매 걸린 아내도 중요하지만 남편이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전했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4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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