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의 신세계, 고선웅 연출의 <흥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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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착하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 착하게 살면 손해보고 되려 착하면 바보라고까지 놀리는 세상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기 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좀 더 약게 살기를 가르친다.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연출가인 고선웅은 창극 <흥보씨>를 통해 착하게 산다는 건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나 보리수 아래 수양하는 석가모니와 같이 성자가 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 이후 두번째 창극인 고선웅 연출의 <흥보씨>는 올 초 플레이디비가 조사한 중견 연출의 신작 기대작 중에서도 기다려지는 작품으로 손꼽혔다.

4월 5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개막한 창극 <흥보씨>는  판소리 흥부가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유쾌하고 흥 넘치는 무대로 재탄생했다. 흥보와 놀보의 출생의 비밀, ‘가운데 다리’가 요절난 춤꾼 제비 등 반전의 설정과 거지들, 말하는 호랑이, 외계 스님 등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한다.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천재 소리꾼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이 난다. 대본을 받자마자 단숨에 흥보씨 1부의 작창과 작곡을 끝냈다고. 각설이 타령이나 제비노정기 등 귀에 익숙한 소리나 새로 만든 소리들은 판소리를 전혀 몰라도 따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신난다. 안무는 2014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목한 5인의 젊은 안무가로 선정되어 작품 '11분'을 선보였던 안무가 지경민이 맡았다. 익살스럽고 여유가 느껴지는 안무가 흥을 더한다. 창극이라면 손사레를 치는 관객이라도 <흥보씨>는 모두 끌어안을 것 같다.
 
슬하 자식이 없어 근심하던 연생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우리 가문 흥하여라 '흥보'라고 이름짓고 양자로 삼는다. 연생원의 처는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 건달과 동침하고 이듬해 득남한다. 혼외자식임을 모르는 연생원은 귀한자식 놀랄놀자 '놀보'라 이름짓는다.
 
선한 심성의 흥보(김준수), 심술 굳고 욕심이 많은 놀보(최호성). 두 형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스무살이 된 놀보는 형인 흥보에게 소원을 청하는데, '내가 형이 되고 흥보 네가 동생이 되라''
 
착한 심성의 흥보는 죽으려던 정씨를 살리고, 거지들은 하나 둘 흥보에게 들러붙는다. '아베~ 어메~'라고 부르며.
 
어느날, 외계 스님이 나타나  우주의 기운이 흥보에게 전해지는데..
 
한양에서 알아주는 춤꾼 제비는 독수공방하는 외로운 부인에게만 열정 봉사(?)를 하고 쫓기는 상황. 흥보는 '가운데 다리'가 요절난 제비를 숨겨주고, 치유를 돕는다.
 
건강해져 춤을 추게 된 제비는 다시 돌아와 화대 아니 선물로 받은 박씨를 흥보에게 주고 간다.
 
과연 흥보와 놀보는 원작의 권선징악의 결론대로 가게 될까?

글: 김선경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사진 :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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