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첫 대극장 뮤지컬 도전한 김태형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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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개막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만드는 즉흥 뮤지컬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던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적왕’을 꿈꾸는 ‘민소희’가 ‘밀크선장’과 대결한다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즉흥인 만큼 간간이 이음매가 거칠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읏음과 재미를 더하는 참신한 무대였다.
 
이어 다음날 개막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브로드웨이에서 음악과 대본만 가져와 국내에서 처음 공연하는 작품이다. 막이 오르자 화려하지는 않지만 풍부한 정서가 담긴 무대가 펼쳐졌다. 관객들은 저물녘엔 옥수수밭 위로 아름다운 노을빛이 번지고 밤이면 하늘 가득 별이 총총 빛나는 곳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깊고 순연한 러브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연 후 객석에선 너무도 자연스럽게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각기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두 무대를 이끈 사람은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은 김태형 연출이다. 카이스트 중퇴-한예종 입학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그는 뮤지컬 <팬레터><로기수>, 연극 <글로리아><카포네트릴로지> 등 그간의 작품을 통해 이미 많은 관객들의 신뢰를 얻어온 연출가다. 데뷔 10년차를 맞아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그의 행보에, 앞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주목할 듯하다.
 
인물들의 정서 변화에 초점 맞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기존의 연습방식 고수해…옥주현·박은태도 환영

 
Q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첫날 공연을 봤는데 굉장히 정서가 풍부한 무대였습니다. 첫 만남의 순간이나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의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느껴지는 섬세한 호흡이 참 좋았어요. 연출 작업을 하시면서 어떤 부분들에 가장 중점을 두셨나요.
쇼뮤지컬과는 좀 다른 형식의 뮤지컬이라, 일반적인 대극장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화려한볼거리를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무대 활용과 미장센을 통해 캐릭터들의 감정과 정서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죠. 사실 처음엔 이 이야기를 더 작은 무대에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최종적으로 대극장이 맞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14인조 오케스트라로 편성된 음악과 무대 전환의 매커니즘 등이 대극장에 맞기 때문이었죠.
 
무대를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의 그림, 색감을 디자이너 분들과 회의하며 많이 고민했어요. 단지 예쁘게만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함께 있을 때 남편이나 아이들, 이웃에게 전화가 오면서 발생하는 불안이나 긴장감들도 더 집어 넣으려고 했어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그들이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의 흐름을 잘 보이게 하는 거였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Q 공연을 보는 내내 굉장히 편안하게 무대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 사족이 없어서 였어요. 대극장 무대다 보니 뭐든 더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 법도 한데, 일부러 간결함을 추구하신 건가요.
무대를 만들 때 미니멀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빈티지한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무대·영상·조명디자인팀, 그리고 제작사의 PD님들과 합의를 했거든요. 과하거나 넘치지 않게, 최소한으로 절제해서 보여주자고. 그래야 캐릭터들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예를 들어 무대 뒤편 영상에도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이미지나 색감을 넣되 너무 튀어 보이는 건 계속 빼면서 진행했어요.  
 
사실 이번 공연이 제가 연출한 작품 중에서는 가장 많이 덜어내고 절제한 편 같아요. 그 동안은 힘을 줘야 하는 장면에서는 좀 더 확장하고 확대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식으로 접근했어요. 좀 더 힘을 주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를 하기도 했고.
 
Q 반대해서 다행이었던 건가요(웃음).
스스로도 과하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었거든요.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이야기든, 표현 방식이든, 유머든, 하여튼 뭐가 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두 개씩 꼭 안 해도 되는 걸 한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대표적으로 <로기수>에서 꼭 그렇게 플라잉을 했어야 되나(웃음), 그런 것들이죠. 자칫하면 좀 조잡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엔 그런 것들을 좀 절제하려고 했어요.
 
Q 중소극장과 시스템이 달라서 겪으신 시행착오는 없나요?  
대극장과 중소극장 공연은 물론 다르죠. 배우들의 성향도 다르고,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도 되게 다르거든요. 내가 일하던 판이 아니니까 여기 있는 분들을 존중하자는 마인드로 들어오긴 했어요. 근데 연습 방식의 본질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제 방식대로 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저항도 있었지만, 배우들에게는 환영을 받은 것 같아요.
 
Q 제작발표회 때 옥주현 씨가 “이런 연습방식 너무 좋다, 연출님이 너무 섬세하게 잘 다듬어주신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방식이었나요?
제가 평소 중소극장 연극이나 뮤지컬을 할 때와 똑 같은 방식이었어요.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죠. 대사 한 줄 한 줄의 의미와 뉘앙스, 그 장면의 목적과 분위기 등에 대해서 정말 얘기를 많이 했어요. 특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와 대사를 통해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많다 보니 그런 방식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부분은 정말 두 배우와 몇 시간씩 연습했어요.
 
물론 이 공연이 안무나 무대장치가 엄청 많은 작품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죠. 이렇게 연습하면 어떤 경우엔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운 좋게도 배우들이 재미있어 하고 좋아했어요. 아무튼 각 장면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바라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공연을 보고 나서 옥주현, 박은태 배우가 새삼스레 빛나 보였습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이번에 그들에게서 특별히 끌어내고자 하신 모습이 있나요?
주현 씨가 노래를 잘 하는 배우라는 건 다 알잖아요. ”연기도 잘 한다는 소리도 듣게 해주겠다, 믿고 따라와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본인도 그럴 의지가 있었고.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대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노래도 카랑카랑하게 질러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발성법이 많이 다르거든요. 고민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했어요.
은태 씨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연극을 한적이 있어서 좀 더 익숙하긴 했지만, 호흡을 주고받는 연기의 재미를 더 느낀 것 같아요. 그동안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공연을 만나서 서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어느 날 ‘정말 둘이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 뒤부터 연습도 훨씬 재미있었고, 배우들도 그걸 느끼고 더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배우들이 만족하면서 공연하고 있고, 그들에게 좋은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제(4/16) 박은태 배우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느라 노래 한 소절을 잠깐 못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배우가 우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말 ‘그 존재가 되어서’ 울었던 거에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시면 좋겠어요.
 
즉흥극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배우는 힘들지만 관객은 즐거운 공연”

 
Q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어떻게 기획하시게 됐나요. 전에 공연하신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2013)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2014)와는 형식이 완전 다른 것 같습니다.
2013년쯤 애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이런 형식의 즉흥극을 봤어요. ‘이건 대체 뭐지?’ 싶었죠. 영국과 미국에선 즉흥극의 전통이 굉장히 오래됐어요. 아예 즉흥극, 즉흥뮤지컬 장르가 따로 있어요. 30년간 같은 즉흥극에 출연해온 배우도 있고.
그때 봤던 공연이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영어니까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즉흥에서 오는 우연성과 뻔뻔함, 놀라움 때문에 관객들이 웃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걸 보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가 아이엠컬쳐 대표님과 뜻이 맞아서 시작하게 됐죠.
 
Q 주인공 역할을 맡는 배우가 공연마다 계속 바뀌나요? 넘버는 다 정해져 있는 거지요?
주인공을 맡는 배우도 계속 바뀌어요. 넘버가 총 12곡인데,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늘 같지만 다른 넘버는 부르는 사람과 가사 등이 그날그날 달라져요. 두번째 넘버 ‘내가 주인공’ 같은 경우 멜로디는 정해져 있지만 누가 부를지, 어떤 가사를 부를지는 그날 즉석에서 정하는 거죠. 주인공의 솔로곡 ‘아이엠송’은 배우마다 2~3곡을 갖고 있어서, 그날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 결정하고 음악감독한테 사인을 줘요(웃음). 오프닝 곡 등 정해진 넘버의 가사는 제가 썼고, 나머지 가사는 배우들이 직접 썼어요. 제가 같이 수정해준 것도 있고.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Q 생각했던 것보다 변수가 훨씬 많네요. 공연 중반에 펼쳐지는 쇼스타퍼(Show-Stopper) 등장 장면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아내(이영미 배우)에 대한 연출님의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것도 있고요(웃음). 원래 쇼스타퍼란 쇼를 잠시 중단시키고 관객들을 웃겨주는 역할이에요. <레미제라블>의 떼나르디에 부부 같은 느낌이죠. 공연의 원래 내용과는 상관없이 배우 한 두 명이 코믹하게 원맨쇼를 하며 쉬어가는 건데, 광대가 공연 중간에 재담으로 관객들을 웃겨주는 전통에서 유래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우리는 거꾸로 그 전 부분이 웃기니까, 중간에 배우가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부분을 만들자고 했죠. 그래서 이영미, 정다희 배우가 아리아를 부르는 시간을 준 거에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 때쯤 배우들에게 시간이 필요해요. 그 동안 다른 배우들은 안에서 정신없이 입을 맞추는 거죠(웃음).
 
Q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많이 필요한 공연인데, 어려워한 배우들은 없었나요?
다들 엄청 힘들어했어요. 저한테 속았다고 하고(웃음). 아내도 마찬가지였어요. 어쨌든 대극장의 짜인 무대에서 준비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조명 아래서 연기를 하던 배우인데, 여기선 대본도 안 주고 옷도 제대로 안 입혀주고 가사도 직접 쓰라고 하고(웃음).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극 중으로 들어갔다가 또 그걸 깨고 나와서 그냥 배우 김슬기, 홍우진으로 무대에 서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안 쓰던 뇌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근데 관객들은 그걸 보고 즐거워하시는 거죠. 연습하면서 공연 방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관객이 개입하고 배우와 소통하는 부분을 더 넣었거든요. 지금은 다행히 배우들이 관객들의 반응에 감격하고 힘을 내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남은 연출작만 7개…
언젠가 직접 대본 쓰고 연출하고 싶어”

 
Q 2008년부터 시나리오도 간간히 쓰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작가를 전문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뮤지컬이 됐든 연극이 됐든 한 두 편은 꼭 직접 써서 연출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레파토리가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시위대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 대극장 뮤지컬이에요(웃음). 2008년에 광우병 때문에 한창 시위가 있었잖아요. 그 시위가 저한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시위 문화, 광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고 느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최전방에 있으면 많이 맞긴 했어요. 한 번은 전경들에게 맞다가 연행될 뻔 했는데, 의료봉사하는 여성 분이 오더니 제 손을 딱 잡고 전경들 사이를 쫙 가르면서 데려가는 거에요. 얼굴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 일에 다른 커플의 이야기도 더해서 대본을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진행을 못 했죠.
 
Q 영화 연출도 해보고 싶으시다고요.
어쨌든 저는 영상을 보고 자란 세대잖아요. 어렸을 땐 만화, 비디오를 보고 자랐고, 커서는 영화나 외국드라마도 많이 봤고. 그래서 연극, 뮤지컬을 만들 때도 각 장면을 영상 개념으로 생각하게 될 때가 많아요. 영화나 드라마의 기법을 차용해서 장면 전환을 만들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를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러려면 공부를 좀 해야겠죠. 전업을 할 생각은 아니지만 더 나이가 들면 한 두 편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시대와 갈등하는, 시스템과 충돌하는 인간을 다룬 이야기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하셨죠. 왜 그런 이야기에 끌리시나요? 
자라온 환경과 경험에서 비롯된 게 당연히 있겠죠.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리버럴했고, 반골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더 멋있어 보이고 사람답게 사는 방향 같았어요.
인생이 크게 바뀌었던 계기가 중학교 때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을 때였어요. 특히 베트남전에 대한 묘사가 충격적이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 베트남 전은 ‘나쁜 공산당 놈들’이 벌인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광주사태의 진실을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고. 사실은 연극을 처음 시작한 것도 사회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아서 였어요. 재미도 있었고, 나름대로 재주도 있는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흔히 말하는 상업극도 하고 있지만, 부끄럽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그런 생각들을 (공연에) 담으려고 하고 있고.
 
Q 연말까지 연출하실 공연이 여러 편이던데요. 8월에 하실 < Mee on the song>은 이영미 배우와 하는 공연이고요.
올해 제가 해야 할 작품이 7개 남았더라고요. <모범생들><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글로리아><팬레터> 재공연이 있고, 신작 < Mee on the song>< Rooms>, 그리고 또 다른 신작도 있고요.
 
< Mee on the song>은 와이프가 작사/곡을 맡고, 대본은 제가 쓸 거에요. 배우가 혼자 노래하고 연기하는 1인극이고, 밴드가 있을 거에요. 객석을 작게 줄이고 관객들이 술을 마시며 볼 수 있게 하려고요. 허가 받은 주류업자가 공연장 안에 들어와 술을 판매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약간 클럽 공연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해요.
 
Q 지이선 작가와 하시는 연극 < Rooms>는 어떤 작품이 될까요?
< Rooms>는 처음 애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카포네 트릴로지>를 보면서 생각했던 공연이에요. 저런 형식을 참고하되 라이선스 말고 좀 다른 형식으로 해보자고 했었죠. 지금 생각으로는 방 2개를 만들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다른 공연을 하는 거에요. 한 편에서는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른 한 편에서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거죠. 1부가 끝나면 2부에서는 서로 바꿔서 공연을 보고, 마지막 10분에는 벽을 없애서 하나의 공연을 볼 수도 있겠죠.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테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Q 올해가 연출가로 데뷔한지 10년째 되는 해고, 마침 첫 대극장 뮤지컬을 연출하시게 돼서 여러 모로 분기점을 맞은 느낌이 드실 것 같아요.
그렇죠. 어쨌든 10년차가 돼서 대극장 뮤지컬을 하게 됐으니까. 연출가로서 보다 큰 규모와 자본이 들어간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언젠가는 하겠지’하고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고민은 되죠. 분명 중소극장 공연과는 달라요. 관객과의 거리도 다르고 사용해야 하는 테크닉도 달라서 제가 중소극장에서 하던 방식만 고집할 수는 없겠죠. 이번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하면서 공부도 많이 됐고, 배운 것들도 많아요. 그것들이 밑거름이 되면 또 다른 것들도 할 수 있겠죠.
 
처음 연출을 시작했을 때 ‘나중에 그만두더라도 일단 10년은 버텨보자’ 했는데 이제 그 10년이 됐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고, 시도해보고 싶은 새로운 형식들이 많아서 최소한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가 중요한 기점이었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베헤모스><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즐겁게 했어요. 이 기운을 받아서 앞으로도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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