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만들어 드려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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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요? 뭐가 좋을까?”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까”

“작품 속 명대사는요?” “으헉”, “옥상으로 따라와”

“그럼 ‘으헉, 옥상으로 따라와’로 하죠”

배우의 질문에 관객이 대답한다. 대답은 작품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난 21일 프레스콜을 통해 진행됐던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한 장면이다. 관객들의 참여로 진행된 이 날 공연은 레일을 벗어나고픈 150살의 섹시 기관차 ‘토마스’가 규칙 대마왕 마틴룰킹과 대립하는 스토리로 꾸며졌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짜여진 각본 없이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내용이 흘러가는 즉흥 뮤지컬이다.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이라는 컨셉만 주어진 상황에서 배우들은 순발력 있는 애드리브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매번 다른 상황이 주어지기에 관객들에게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김태형 연출은 해외에서 즉흥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며 진행되는 뮤지컬 특성상 착오가 많았던 것이 사실. 그 때문에 김 연출은 어느 공연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배우들에게 조금만 연습하면 되는 작품이라고 얘기했는데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춰 즉흥극을 올리는 해외 공연과 달리 단 2달 만에 공연을 준비해야 하다 보니 쉽지 않은 작업이더라.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즉흥극이지만 기본적인 포맷은 존재한다. 노래와 춤까지 함께 선보여야 하는 뮤지컬 특성상 음악적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 이를 위해 김 연출은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구조와 넘버의 순서를 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내용 때문에 작품이 허술해 보이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김 연출은 “단체 군무와 배우들의 솔로 파트에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즉흥극 특성상 배우들에게는 순발력이 필수. 이를 위해 이영미, 박정표, 홍우진, 이정수, 김슬기, 정다희 등 능청스러운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대학로의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즉흥극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소감도 남다를 터.

이날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정수는 “연습할 때 대사를 맞추려고 보니 주어진 대사가 없더라. 그래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마음을 맞추기로 했다. 서로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함께 해나갈 수 없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슬기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함께 신뢰하며 공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실제 작품의 연출가인 김태형이 극 속에서 연출 역으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올모스트 메인>,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을 연출한 민준호 연출 역시 연출 역으로 더블 캐스팅 되어 관객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우들은 두 연출이 각자 무대 위에서 스토리를 정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각각의 연출마다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홍우진은 “민준호 연출은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스토리를 디테일하게 정리해 주는 반면, 김태형 연출은 묵직한 한방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일”이라고 비교했다.
 
관객에게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하는 작품인 만큼 관객 역시 그날의 공연 재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민준호 연출은 이날 프레스콜에서 애정 어린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가끔 저희는 진지하게 하려고 하는데 일부러 황당하게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관객분들이 있으시다. 어떻게 이겨나가는지가 관건인 작품이지만 더 좋은 내용의 공연을 위해서 조금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 제시어로나 내용을 이어가는 건 장기일 뿐이지, 좋은 공연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태형 연출 역시 “즉흥극 특성상 벌어질 수 있는 실수들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며 “소수자 차별 및 혐오와 연결될 수 있는 내용들은 가급적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즉흥극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오는 5월 1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계속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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