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불륜”을 소재로 한 격정적 멜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섬세하고도 진지한...30년 전에 섬광과 같이 지나갔던 일주일의 기억이 일평생 남긴 상처, 그리고 집착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한 번은 가슴 저린 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다시는 반복해서도, 심지어는 기억해서도 안 되는 금기의 사랑을 평생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다.

<낮은 밤> 은 이처럼 평생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멍울로 남은 사랑의 상처, 혹은 흔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30년 전에 금기를 깨고 섬광과 같이 지나갔던 일주일의 기억을 3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 완성된 사랑의 모습으로 되찾으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두 연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핏보면 이 작품은“불륜”을 소재로 한 격정적 멜로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낮은 밤>은 멜로의 통속성에 머물지 않고
시간이 인간에게 남기는 기억과 시간이 두텁게 해주는 기억의 굴레, 그 안에서 지난한 싸움을 벌여 오고 있는 인간의‘현존’에 대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되 또한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한국 연극계에 이례적인 고품격 창작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그 뜨거웠던 사랑의 열기를 갈구하는 죽음을 앞둔 몸!
그 몸이 품은 기억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해 조심스레 꺼내보다.
<낮은 밤> 은‘머리’의 기억이 아닌 ‘몸’의 기억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머리속에 저장된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고 변질되며 잊혀진다. 하지만 수많은 감각 기관들과 직결된 몸이 품은 기억은 ‘그때 그 순간’을 ‘지금 이순간’으로 회생시키며 머리가 지워버린 추억과 감각들을 저장하고 이를 다시금 소생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낮은 밤>은 과거의 젊음을 기억하는 몸, ‘지금 - 이순간’ 상대방과 다시 교류되고 있는 쇠퇴한 몸, 그리고 다가올 죽음에 대항하는 몸의 현존과 이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응시하는 인물들의 시선들을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60대 고령의 두 화가들이 풀어내는 사랑과 욕망!
그리고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야기
<낮은 밤>은 현재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서,‘삶 밖으로 밀려난’ 노인들이 아닌, ‘주어진 삶 안에서 적극적으로 욕망하고 사랑하는’새로운 두 고령의 인물들을 통해‘노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재공하고 있다.
젊은층의 관객들은 김인식과 한선혜의 사랑을 통하여 앞으로 그들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격정적 사랑에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중년층은 이 두 나이든 연인들을 통해 그동안 잊었던 가슴저린 옛 사랑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년층은 삶을 정리하기 전 다시금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하고 싶다는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삶-사랑-세월’이 첨예하게 엉켜서 완성시킨 두 인물의 ‘예술 작품’을 목격하면서, 관객들 역시 자신들의 삶을 살아있는‘예술 작품’으로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