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20년,
어디로 갈지 모르는 우리는
화나거나 무서웠고
설레거나 즐거웠다.
안 그래도 몰랐었는데
도무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꽉 차게 모른 채 지나서 갔다.
어차피 모를 거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래, 그냥 모르기로 했다.
그러자 어쩐지 
덜 화나거나 안 무서웠고
더 설레거나 아, 즐거웠다.

2021년,
어디로 갈지 알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웬걸.
하고 싶은 건 다 밀리고
해야 하는 건 더 미루고.
이러나저러나 작년도 올해도
도무지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데
미뤄도 밀리고 밀려도 미루는데 
몰라서 미루고 알아봤자 밀리는데
차라리 어디로 갈지 미룰까.
미룸과 밀림 사이에 머물까.
그사이 일렁이는 파도에 몸 맡기고
파도 따라 일렁일렁 
그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