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까
- 장르
- 연극 - 연극
- 일시
- 2011.12.01 ~ 2011.12.03
- 장소
-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 관람시간
- 75분
- 관람등급
- 만 16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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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합창과 춤이 어우러진, 장엄하게 웃기는 음악극
게르니까 - 세상의 모든 폭력에 항거하라
진정한 실존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처절한 몸부림
그들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한없이 낙천적인 그들의 비틀린 몸짓과 절규가
가슴을 파고드는, 참 장엄하게 웃기는 몸부림연극!
2011년 신작 <게르니까> 어떤 작품인가요? - 네, 이 작품은 폭력 앞에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엄함에 비해 이 극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너무도 소박하고 낙천적이어서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집니다. 참을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숭고함으로 이끌어가는 유쾌한 비극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1937년 4월 26일 독일 나치군은 새로 만든 폭탄의 성능을 실험해보기 위해 내전으로 시달리던 스페인의 <게르니까> 마을에 5만발의 폭탄을 퍼부었고 마을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됬습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늙은 황슈와 리라. 너무도 유쾌하고 낙천적인 이 부부는 거대한 폭력이 불러온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끝까지 유쾌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놓지 않습니다.
스페인 출신이며 프랑스 연극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극작가 훼르난도 아라발의 작품은 혼돈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의미를 끌어내려는 피묻은 목소리이고 저항의 몸부림이며 분노의 불길이기도 합니다. 그의 시선은 한 자리에 혼재하는 비극과 기뇰, 사랑과 증오, 신성과 모독, 미와 추, 선과 악을 대조적이고도 양극적으로 바라봅니다. 모순, 부조리, 의외성, 설명하기 어려운 삶의 현상들은 인간을 비극적 코믹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게르니까>는 순수와 잔혹, 분노와 무력이 뒤엉킨 거대한 공황 속 작은 인간의 모습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포착해낸 혼돈의 리얼리즘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린 거대한 폭력을 응시하게 됩니다. 소수 권력자들의 탐욕과 호기심에 의해 양산된 이 폭력 앞에 우리 수많은 인간들은 고유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그들이 구상해 낸 이상적인 세계 건설을 위해 실험도구로 전락하며, 그들의 신세계 창조의 구성요소로써, 때로는 건설의 도구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그들이 높은 빌딩을 지을 때 수많은 황슈와 리라들은 회반죽이 되어 빌딩의 어마어마한 높이를 지탱해야 하고 그들이 다시 빌딩을 부숴버리면 우리 수많은 황슈와 리라들은 흙먼지가 되어 대기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간적인 감성이 존재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분노하고 꿈을 꿀 수 있다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세계를 마음대로 건설했다가 제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린 숭고한 인간 존재를 응시하게 됩니다. 이 작품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황슈와 리라들은 물리적인 힘과 무기를 갖지 못했지만 끝까지 사랑하고 사유하고 꿈을 꾸기에 이들의 죽음은 숭고한 승리로 그려집니다. 이들은 비록 빌딩의 회반죽이 되더라도 웃고 싸우고 사랑하고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며 마지막을 함께하는 황슈와 리라의 사랑에서, 이들의 끈질긴 낙천성에서 위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들의 사랑은 숭고합니다.
2011년 신작 <게르니까>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나요? - 네. 이 작품은 오페라의 음악성과 신화적 장엄함을 수용한 음악극적 요소와 캐릭터 및 상황에 따른 독특한 움직임, 절규에 가까운 소리, 오브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복합 피지컬 연극>입니다.
이 작품의 무대는 폭력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불안, 위태로움, 황폐한 공격성으로 꽉 막힌 밀폐된 무중력 상태의 공간. 공간의 무중력 상태라는 느낌은 삶의 터전이 무너진 갑작스런 공백, 즉 공황의 이미지입니다. 이 공간에서 소리는 일상적인 속도와 궤도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창조해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우들은 소리가 공간과 접목하거나 부딪히거나 공간을 뛰어넘거나 때로는 사라져버리는 느낌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충분히 표현해 내야 합니다. 이 작품 속의 배우들은 한 순간도 빠짐없이 공간과 그 속을 채우고 있는 공기의 흐름을 명백한 연기의 파트너로써 활용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오페라의 시적이며 신화적인 장엄함을 수용한 음악극적 요소와 캐릭터 및 상황에 따른 독특한 움직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인간 감성이 치환된 절규에 가까운 소리들, 오브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피지컬적 요소를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이 공간에서 거리, 즉, 한 지점과 또 다른 지점 사이의 거리는 현실적인 단위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두 걸음이면 다가갈 수 있는 거리를 배우들은 스무 걸음에야 도달합니다. 때로는 영원히 다가설 수 없는 거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배우들은 부상당해 몸이 뒤틀린 다리가 많은 벌레들처럼 몸을 잔뜩 긴장한 채 빠른 속도로 팔다리를 휘저으며 걷고 달립니다. 이 무중력의 공간 속에서 그 움직임은 독특한 속도감과 몸짓으로 변형됩니다.
회백색 먼지로 뒤덮인 무너진 도시의 잔해는 고대 그리스의 거대한 신전을 연상케 합니다. 무너진 돌 틈 사이에 회가루를 뒤집어 쓴 작은 인간들이 꿈틀댑니다. 눈이 내리 듯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회가루에 땀과 눈물로 반죽된 작은 황슈와 리라들은 서로를 향해 절규하듯, 또는 기원하듯 사랑을 외치고 분노를 노래하고 공황의 춤을 춥니다. 폭력은 규칙적인 폭음을 동반한 음악과 시각적 이미지로 상징화 되고, 수많은 황슈와 리라들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때로는 코러스로써, 때로는 주인공으로써 고단한 삶의 무대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