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녀 이야기
공유하기출연진
작품설명
조롱 1(鳥籠) 당하는 인간들, 조롱 2(嘲弄) 하는 인간들
옹녀는 더 이상 변강쇠의 숨어있는 존재가 아니다. 시대의 가부장적 가치관 안에 갇혀 부정적 성적 아이콘으로 대두되고 있는 ‘옹녀’는 인간과 사회의 가치관과 편견으로 ‘박제화’ 된 것이다. 살아 생전에도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사고 속에 박제화 된 옹녀는 조롱 안의 새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속박당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못 살면, 그 곳이 사람 사는 곳이요? 짐승이 사는 곳이요? 라는 옹녀의 질문과 함께, 옹녀=음녀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우리는 옹녀를 조롱 (嘲弄) 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여 본다.
주 1) 조롱 (鳥籠) [명사] =새장. 조롱 안의 새, ‘자유를 속박당한 몸’을 비유하는 말.
주 2) 조롱 (嘲弄) [명사]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
안정, 정착된 삶을 추구하는 옹녀는 유죄?
시대의 하층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옹녀는 태생적으로도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시기에 태어난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제 명에 병들거나 죽어가는 서방들을 지켜볼 뿐 옹녀는 발언의 자격이 없다. 길가의 잡풀처럼 살아남기 위해 억척녀가 된 옹녀에게 남편 변강쇠는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하고 삶에 대한 끈기나 의지력은 찾아 볼 수 없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안정, 정착된 삶을 추구하는 옹녀는 과연 유죄인가?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는 다섯명의 유랑인이 옹녀를 이해하고 나서는데 이것은 유랑인들 또한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픈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층민의 대표, 옹녀와 유랑인들의 삶을 통해 사회 모순을 풍자하고, 웃음 속에서 인간적 아픔과 연민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생명을 불어 넣는 마법사 배강달 연출
옥랑 희곡상, 아스테지 특별상, 파파희곡상을 수상한 <붉은 달>, <우주비행사>, <악녀 신데렐라>의 작가이자 연출 배강달은 오브제와 인형에 생명을 불어 넣는 마법사다. <우주비행사>, <진달래 산천>, <전쟁>에 이은 <옹녀이야기>속에는 출연배우와 마찬가지로 변강쇠 役을 맡은 장승을 닮은 거대한 인형뿐만 아니라 억척녀 이전의 인형 옹녀가 등장한다. 장승을 닮은 거대한 인형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제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것에 길들여진 인간을 상징하며, 인형 옹녀는 억척녀 이전의 순진한 옹녀이자 힘없는 인간을 상징한다. 출연 배우와 출연 인형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배강달 연출의 마법은 인형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과 인형극적 문법을 발견하고자 하는 전문인형극단 예술무대 산(alive)과의 꾸준한 작업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시각적 이미지와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재미- “옹녀는 지금 히말라야 등반 中”
변강쇠전의 미완의 궁금증을 풀려면 지리산이 아닌 백두산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순간, 옹녀와 다섯 유랑인은 히말라야 등반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옹녀의 고향은 월경촌, 옹녀를 찾아 떠나는 다섯 유랑인의 여행이 시작된다. DMZ을 지나 평양을 거쳐 월경촌을 가고, 근대, 현대를 넘나드는 시공간의 여행은 연극 <옹녀이야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효과가 어우러진 시공간을 넘나드는 재미가 깃든 여행이다.
인간관계를 풀어주는 21C형 “굿판”
“청상살이, 천심이 아니고 인심이라, 사람이 아니 풀면 누가 풀어 주냐!”며 다섯 유랑인이 옹녀에게 손을 내밀고, 옹녀는 “나 이제 지워져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때때 옷 입고 이렇게 다시 세상 만나는 구나!”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지방마다 특색을 가지고 변화, 발전된 굿이 <옹녀이야기>속에서 다시 한 번 변화된다. 연극적 언어와 무대 기술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는 21c형 굿판에서 옹녀의 삶과 행보 그리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출발 하게끔 하는 기회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