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번에 공연하는 <아벨만의 재판>은 선생님의 연극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마을사람들) 힘에 의하여 변변히 저항도 못하고 무참하게 짓밟히는 한 인간의(아벨만) 처참한 종말을 통하여 사회의 정의와 진실은 무엇인가? 생존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명제를 만날 수 있으며 인간과 인생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아벨만의 재판>은 한국연극사에 있어서 현대희극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이근삼선생님 특유의 위트와 패러독스가 번뜩이는 작품입니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에 휘말리고 2년여의 전쟁이 끝난 뒤 전범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재판이 주요 사건입니다. 전쟁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사랑과 희생, 정의와 진실, 생존과 욕망의 대비를 통하여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다수의 횡포와 민주주의의 허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순수한 영혼을 욕망의 화신들이 재판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순진한 청년이 아무죄도 없이 죄인이 되었다가 영웅으로 미화되고, 영웅에서 도망자로 급전직하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이중성에서 인간에 대한 회의와 연민이 느껴집니다. 주인공 아벨만이 부모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이 점령군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에 빠져 자식같은 아벨만의 목숨을 요구할 때 생존과 욕망의 처절함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벨만의 재판>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전쟁처럼 치열한 현대인들에게 자신과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세밀한 캐릭터의 구축과 아울러 극의 템포와 리듬의 조화를 이루어 다크(어두운)코미디의 진수를 펼쳐 보이고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