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몸이 춤으로, 삶으로 향하는 발걸음
<14FEET>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몸들은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의 단단한 바깥이 되며 반발한다. 몸들의 공동체는 저항한다. ... 몸들은 여전히, 새로이, 자신들의 창조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기호의 영적인 숨을 불어넣는 화육 말고 세상으로의 유입과 나눔이 필요하다.”
장-뤽 낭시의 <코르푸스 - 몸, 가장 멀리서오는 지금 여기>에서 인용

‘14feet’에 담긴 몸
14feet는 심장의 파장이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대략 열네 발자국 정도인 거리다. 나와 너의 14feet 사이는 심장에서 심장으로 전해지는 파장으로 가득 차있다. 너와 나의 몸은 당연히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또렷한 별개의 몸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파장 안에 들어가 있는 몸은 어디까지를 경계라고 할 수 있을까? 에너지의 관점에서 몸은 확률적인 것이다. 에너지는 이곳저곳으로 흐른다. 내가 내 쪽으로 가깝게 흘러있기 때문에 나일뿐이다. 내가 당신에게로 가까이 다가간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이미 당신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당신에게 다가서고자 한다면 나를 지워야 한다. 나의 몸을 지울 때 타인의 몸이 보인다.

‘14feet’에 담긴 삶
6살 난 여자아이가 있다. 교토에 사는 할머니에게서 다도를 배우고 있다. 손님이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하신다. 손님 앞을 지날 때에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랑잎 스치듯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30대인 여자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지금 한 해부실에서 고인이 된 어떤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의 뇌를 들여다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스승을 믿으며, 동료를 믿으며, 고인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고인이 허락하는 데까지 뇌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제 40대를 보내고 있는 여자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뇌에 대해서, 심장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