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풍금소리>는 어두운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탄광촌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와 생명력 넘치는 삶의 의지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윤 조병선생의 대표작 <풍금소리>는 한국연극사에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초연 후 이 이십여 년이 흐른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풍금소리>는 지금 우리가 갖지 못한, 잊어버린 리얼리티를 담은 새로운 ‘양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새로운 액자에 담아 다시 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에 거리를 가질 때 그것은 반대로 좀 더 분명하게, 가깝게 보일 것이다.
이 땅에서 살아온 60대 중반의 여인의 삶. 한사람 한사람의 살아온 발자취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이 민족이 겪은 역사의 고통의 어느 한 가닥이든 몸으로 겪었다는 사실이다. 한 여인의 육체와 영혼속에 각인(刻印)찍힌 상처(傷處)의 심도(深度)에 따라서 역사의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그녀의 후반생(後半生)은 그 나름으로 성숙되어간다. '풍금소리'에 등장하는 두 여인의 삶을, 그들이 살아온 아픈 과거와, 지금 닥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의 두개의 시각 속에 포착하면서 우리는 민족사의 아픔을 추체험(追體驗)하게 되고, 우리 모두의 공통된 역사의식 속에서 현재의 어둠을 이겨나가고 밝은 미래를 다짐하고 있는 우리들의 간절한 염원을 공감하게 된다.

줄거리

강원도 탄광마을, 마을 사람들의 활기 찬 일상 속에서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드러난다. 극의 중심인물인 ‘길례’와 ‘분이’는 탄광촌 마을 두 노인의 어린 시절 이름이다. 이 정감어린 이름은 일제시대의 극악했던 강제징용, 정신대 그리고 해방과 한국전쟁의 고난을 거치며 한이 서린 이름, 죽어버린 이름, 극복해야 할 이름이 된다. 이제 삶을 정리하는 두 노인은 이 고통스런 이름을 다시 떠올리며 서로의 갈등, 참혹했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서로의 원한과 갈등,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아픈 기억들이 만들어 낸 몸부림이 무대공간을 울린다. 이러한 어두운 과거는 대를 넘어 이 탄광촌의 젊은 세대에 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나 탄광촌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 삶에 대한 의지는 이러한 고난을 헤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