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트레이드 마크란, 상표라는 사전적 정의 이외에도 어떤 존재를 상징하는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예를 들어 재즈 뮤지션 카운트 베이시를 떠올릴 때면 머릿속엔 선원모자가 그려질 것이며, AC/DC의 음악을 귀에 꼽고 있노라면 스쿨룩을 입은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 이런 트레이드 마크들은 단순히 뮤지션의 겉모습을 일컫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음악적 내면을 표출하는 외적인 수단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자유’처럼 말이다. 이미 수백회가 넘는 공연 횟수로 국내 라이브계를 대표하는 이은미는 단순히 숫자 적인 양이 아닌 ‘질’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음악인이다. 태생적인 본능처럼 무대 위에서 비로소 숨을 쉬는 그녀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오는 3월 8일의 대구 시민회관. 공연의 타이틀은 ‘Twelve Songs’로 참고로 말하자면 두 번째 리메이크 음반인 2007년 앨범과 같은 이름이란다. ‘서른 즈음에’, ‘어떤 그리움’ 등등 그간의 음악에서 알 수 있듯 TV라는 매체는 그녀에겐 그저 방해물이 될 것 같은 결론이다. 질식할 듯한 기교만이 아닌 표정, 몸짓, 눈빛으로 소화된 결과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무대 위의 이은미와 그녀를 지켜보는 우리들의 직접적인 소통뿐일 것이다. 이은미의 공연을 라이브로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움 가득한 리메이크 가요든, 감칠맛 나는 스탠다드 재즈 느낌이든, 열정 가득한 락 스타일이든 장르불문 세대공감으로 언제나 자신을 그대로 분출하는 그녀의 모습만큼은 함께 호흡해야 하지 않을까? 뮤지션이란 단어가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그녀는 가식 없는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보이스와 그 속에서 통제 불능의 차고 넘치는 에너지를 관객에게 건넬 태세이다. 이로써 우리는 마치 이은미와 하나 되는 황홀한 착각마저 경험할 수 있다. 의외로 결론은 간단하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자유에 구속될 수 있다. 흔히들 추억은 과거형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가끔 빛바랜 낭만이라 치부되기도 한다. 어쩌면 약간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다소 우스울지 모를 이런 갖가지 감정들의 연결고리들이 한데 모인 어느 봄날의 12가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택은 당신의 몫. 다만 진짜 노래할 줄 아는 가수 이은미, 여전히 아름답고 생명력 있는 여자 이은미, 나와 너와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 이은미를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