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서울연극제 30주년기념 베스트9에 선정된 연희단거리패의 <아름다운 남자>
서울연극제를 통해 다양한 창작극을 선보여 온 연희단거리패는 1998년 <느낌, 극락같은> (이강백 작/이윤택 연출)으로 제22회 서울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신인여자연기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하였으며, 2001년 <시골선비 조남명> 서울공연예술제 연극부문 대상, 연출상, 남자연기상, 음악상을, 2006년 <아름다운 남자>로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남자연기상, 특별상(음악상), 시각디자인상(무대,조명,소품,가면)을 수상하는 등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서울연극제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30주년을 맞는 서울연극제는 그 동안 서울연극제를 거쳐간 작품 중 최고의 창작극 9편을 엄선, 200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최근작으로 연희단거리패의 <아름다운 남자>를 선정하였다. ‘전통연희와 제의성에 대한 탐구’라는 명제로 선보인 연희단거리패의 <아름다운 남자>는 2005년 게릴라극장 초연에서 동아연극상 희곡상(이윤택), 여자신인연기상(김소희)을 수상하였으며 대극장으로 옮겨진 2006년 재공연으로 서울연극제 5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한국연극의 정체성을 찾아나선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앙상블
아름다운 남자는 초연 당시 시적 은유와 상징으로 빛나는 한편의 수난극으로, 전통연희의 놀이성과 차별되는 제의성과 서사성에서 한국연극의 정체성을 찾고자 기획되었다. 아름다운 남자는 초연 이후, 서울연극제, 수원전국연극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한터 수교 50주년 기념- 터키 공연을 거치면서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꼈던 전통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해, 낯선 전통의 연희적 문법을 의식적 행위와 세상에 대한 관점으로 재창조해 왔다. 2009년 아름다운 남자는 전통의 본질적 정체성-제의성과 서사성- 위에서 속되고 난잡한 세상 속에 자신을 던져 자기 해체와 자기 모독을 감당하는 구도(求道)의 수난극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 지난 해 최고의 연극 <원전유서>를 선보인 연희단거리패는 2009년 <아름다운 남자>를 통해 젊은 배우들의 자기 해체와 성장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젊은 지식인들의 삶의 선택
아름다운 남자는 고려 무인시대 지식인이었던 세 학승(통수기, 만전, 길상)이 혼돈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지식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는가를 보여주는 창작극이다. 여기에 끝까지 지식의 현실성을 추구하다가 남루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당대의 대문호 이규보와 삶의 본질과 지식의 원리 추구에 몸을 바치는 지공대사가 두 축을 이루며 세 학승에게 지식인으로서의 길을 인도한다.

전통연희의 제의성과 서사성
아름다운 남자는 전통연희의 놀이성과 차별화 되는 전통의 제의성과 서사성을 탐색하는 실험극이다. 기존의 전통 연희의 연극적 수용이 양식적 수용의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창작극 아름다운 남자는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제의극이며 현실을 반영하는 서사극으로서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줄거리

몽고군의 침입과 내정 간섭, 무인 최이가 실세를 잡고 왕(고종)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정치현실, 부패한 관리제도 등 정치적 혼돈기에 당시 엘리트 지식층이었던 세 젊은 학승들은 각기 다른 삶을 선택한다. 만전은 권력자 최이의 양자가 되고, 무인 지배 권력에 불만을 품은 길상은 이언년의 난에 가담하여 최이를 살해하려다 희생당한다. 이 부패 권력과 혁명의 와중에서 팔만대장경 경전 집필에 들어가는 통수기 - 이 세 중의 이야기가 연극의 전말을 이룬다. 여기에 끝까지 지식의 현실성을 추구하다가 남루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당대의 대문호 이규보와 삶의 본질과 지식의 원리 추구에 몸을 바치는 지공대사가 지식의 현상과 본질이란 두 축을 이루며 통수기의 ‘책 속의 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늙은 창녀가 되어 비로소 통수기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아난은 사랑의 본질이 욕망과 소유에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인물로 배치된다. 통수기와 아난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유마는 눈먼 아이로 설정된다. 어차피 우리는 눈 먼 존재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