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분장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원작으로 방대한 삶의 주제를 깔끔하고 쉽고 편하게 표현하었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 기회가 닿아도 놓쳐버리는 사람,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주역을 연기하지만 여배우로서의 삶이 잔혹하다고 느끼는 여배우, 생전에 주역을 한 번도 못해본 게 한이 되어 죽은 뒤에도 분장실에 머무는 두 여배우 귀신. 다른 배우의 배역을 빼앗고 싶은 여배우....의 이야기 〈분장실〉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과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사는 모든 현대인들의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사색과 유희와 환상의 열기로 가득 채운 작품

줄거리

안톤체홉의 [갈매기]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
여배우C는 니나역을 맡은 배우로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고 대사를 연습하여 긴장을 풀고 있다. 태평양 전쟁 이전과 이후에 죽어 분장실에 머물고 있는 귀신 여배우A와 B. 그들은 [갈매기]의 니나역이나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역 등 주연은 못하고 귀족A, 전령2, 문지기3 등 조연만 하다 죽어서도 분장실에 머물며 꿈꿔왔던 주연들의 대사를 줄줄 외고 곧 무대에 오를 것처럼 분장하며 한을 달래고 있다.
여배우D는 [갈매기]에서 무대 뒤에서 주인공의 대사를 불러주는 프롬프터였으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분장실에 나타난다. C가 맡고 있는 니나역을 하고 싶어하는 D는 C에게 배역을 내 놓을 것을 요구한다. 니나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화가 나서 분장실에 들어온 C는 D의 억지에 아연실색하여 D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후려친다. C 또한 남들이 원하는 배역을 얻었지만 만족할 만큼 배역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D도 죽어 귀신이 되어 나타나고 여배우A,B,D는 영원히 오지 않을 등장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