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 <들소의 달>은 극공작소 마방진 특유의 연극적 형식과 해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마방진의 전작들과 같은 맥락으로, 그 형식이나 내용의 접근은 사실주의적 기법과는 거리가 멀다. 과감히 생략하고 본질적인 캐릭터만 붙들어서 과장하고 희화시켜 표현한다. 아동극적인 요소도 다분히 보인다. 즉, 직접적이지 않고 몽환적이며 다이나믹하고 표현주의적이다. 텍스트의 해석에 준하여 접근하지만, 회화적이고 시적(詩的)으로 표현한다.
구양수라는 한 인간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좇아가며,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 한 인간의 후유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집요하게 지속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표면상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좇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철저히 양수의 의식의 흐름을 좇는다. 연극 <들소의 달> 속 배우들은, 극공작소 마방진 특유의 강한 에너지와 놀이정신으로 무대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마이클잭슨의 ‘Thriller'에 맞추어 군무가 펼쳐지는가 하면, 익살스러운 아동극이나 힙합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마치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구양수라는 암울한 인간의 生을 한 편의 쇼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관객들이 절망의 언저리에 서성대기 보다는 ‘달’을 바라보는 들소가 되어, 살아갈 희망과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만끽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군분투한 작품이다.
 

줄거리

1980년, 양수는 오락실에 전자오락을 하러갔다가 시민군으로 오해 받아 계엄군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두 달 가량 고문을 당한다. 그 충격으로 망상에 사로잡힌 양수의 인생은 구겨지기 시작한다. 개장수와 눈이 맞아 떠난 엄마에 대한 기억과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아버지의 폭력, 군대에서 양말 한 켤레를 지키려다 고참을 돌로 때려 영창을 살았던 기억 들이 무대 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프리카의 오카방고에 사는 들소 떼를 동경하던 양수가 과연 달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