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풍부한 선율의 국악오케스트라 음악 ‘청’
음악극으로서의 창극은 흔히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와 비교되어 왔다. 경극과 가부키는 중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예술로 널리 인식되어 왔다. 그에 반해 창극이라는 장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극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로 나아가기 전 국내 관객들의 박수와 관심을 아직은 더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창극의 주요 요소인 판소리의 일반적인 양식은 1명의 고수와 1명의 창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를 하는 고수는 창자의 감정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렇게 때문에 서양의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처럼 짜여진 음악에 감정이나 소리를 맞추는 것이 소리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창극 또한 전통적으로 수성(隨聲)음악이라 하여 정해진 보면에 의지하기보다는 연주자들과 창자들의 생동감 있는 호흡에 많이 의존해 왔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창극이 대중화되고 정형화되기 위해선 수성반주를 중시하는 창극의 음악적인 구성을 관현악단의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연주에 배우들이 자신의 감정을 맞추어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짜릿한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창극이 지닌 중요한 과제이다” 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에 국립창극단에서 음악감독과 지휘를 맡고 있는 이용탁 음악감독은 자신의 작곡 역량과 음악구성 역량을 십분 발휘해 이번 작품의 음악 작업에 임했다. 팀파니 첼로와 같은 서양악기의 적절한 조화와 코러스가 들려주는 절정의 하모니, 관현악곡으로 극 전체를 감싼 음악 구성 그리고 전통적인 수성음악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 눈을 감고 음악만 들어도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이런 노력들은 창극 <청(淸)>이 보다 대중적이고, 세계 보편적인 장르로 나아가는 데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효녀 심청, 황후 심청, 그리고 인간 ‘청’
<심청전>은 국립창극단의 공연으로도 2004년 달오름극장에서 정기공연(김효경 연출)으로 올려진 바 있고, 1999년에는 국립창극단 제100회 정기공연으로 제작되었다. 그동안 어린이 창극이나 특별기획공연을 제외한 정기공연만도 20회 가까이 제작되었다. 이렇듯 각양각색의 버전으로 표현되었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것은 <심청전>이 가진 탄탄한 구성력과 그 문학적인 가치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 주목할 점은 심청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한 점이다. 심청은 흔히 지극한 효심을 가졌으며 그 마음에 감복한 용왕이 기적 같은 은혜를 내려 황후가 되는 신비로운 인물 정도로 여겨져 왔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심청전>이 보편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대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공연물이 되기 위해선 심청이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심청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효녀라는 수식어도 걷어낸 정말 간결하면서 의지가 강한 한 명의 인간 ‘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비장미 넘치는 스펙터클한 무대 ‘청
“기구한 운명 앞에 스스로 죽음의 길을 가는 ‘청’의 비장함이 인당수 깊은 물의 절경과 어울어진다. 화려한 조명과 회전무대를 활용한 인당수 장면은 폭풍우 속에서 거친 항해를 하듯 극장 전체를 압도하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안숙선, 인생에 세월을 더한 소리인생 50년
“우리 시대의 영원한 춘향“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안숙선 명창의 소리인생 50년에 <청>이라는 하나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공연으로 준비된다. 삶의 어느 국면이나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무대 위에서 살아온 삶이야 말고 가장 긴장되면서 보람차다고 이야기 하는 안숙선 명창의 자그마한 이야기가 인당수 뱃노래에 묻어나온다. 안숙선의 도창을 통해 창극의 감정곡선을 보다 풍부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우리의 전통판소리의 구성 중 난이도가 높은 대목들을 도창이 들려주기에 창극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도창이 꾸려가는 심청가의 완창판소리를 듣는 재미도 관객들에게 동시에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