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극단 프랑코포니’는 2015~2016년까지 옴니버스 스타일의 조엘 폼므라의 <이 아이>와 <두 코리아의 통일>을 공연한 후에 새로운 작가를 탐색하였다. 그런 중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가는 현재 36세의 현역 배우이자 프랑스연극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여성극작가 레오노르 콩피노(1981년생)였다. 연극 <벨기에 물고기>는 2015년에 프랑스에서 초연되어 지금까지도 프랑스 국내공연 스케줄이 계속되고 있는 최근작이다. 작가 레오노르 콩피노의 대표작인 <벨기에 물고기>는 2016년 몰리에르상 작가 부분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출연 배우 제랄딘느 마르티노가 여배우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2인극인 <벨기에 물고기>는 현대적인 동화라고도 볼 수 있으며,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연령이 40대와 10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나이나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가 애매모호함 속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살아오면서 고통을 받은 한 존재가 그 사슬을 풀고 나오는 이야기이다.

줄거리

어느 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익셀르 호수 앞 벤치에서 40대 중년 남자와 10살난 어린 소녀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숨겨진 상처가 많은 이 두 인물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결국에는 서로에게 구원자가 되고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고독한 중년의 이 남자는 이 아이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고부터 자신의 건조한 일상이 다 뒤죽박죽이 된다. 어쩌다가 고아가 된 이 아이를 본의는 아니지만 자신의 집에 데려와 돌보게 된 그는 이 아이가 부모가 죽은 슬픔에서 벗어나도록 물고기를 가지고 하는 일본식 상중 의식을 하도록 돕는다. 반면에 이 아이는 이 남자가 과거의 피해의식과 상처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본성, 정체성을 드러내 자유로워지도록 만든다.

캐릭터

그랑드 무슈 | 형용사 ‘큰 grand’에 해당하고 영어 미스터(Mr)와 같은 monsieur는 남성이라서 문법적으로는 Grand monsieur라고 해야 맞다. 형용사 일치에서 보면 여성에 붙이는 e가 남성명사에 붙어 있어 문법에 맞지 않지만 작가의 의도에 의해 이렇게 쓰여진 것이다. 그래서 이 인물의 정체성이 남성이면서 여성인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이름에서부터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실직해 혼자 살고 있는 40대 고독한 인물인 그는 외부와의 연결은 컴퓨터 인터넷, 채팅 뿐이고, 집에서 가루로 된 음식물을 물을 타서 먹을 정도로 건조한 세계, 고갈된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옷을 입고 놀기를 좋아해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결국 집을 나와 여장남성의 본성을 숨기고 살아오고 있으며, 매조키스트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게이이다.

쁘띠 피이으 | 소녀라는 뜻인 피이으fille라는 명사가 여성이어서 ‘작은’ 이라는 뜻인 쁘띠petit 라는 형용사를 여성으로 일치시키려면 e를 더 붙여 쁘띠뜨Petite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는 그랑드 무슈와 반대로 작가가 여성에 붙이는 e를 일부러 빼버려 남성처럼 만든 것이다. 여성인데 남성의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미리 파악해 볼 수 있다. 건조한 세계에 들어있는 그랑드 무슈와는 반대로 수분, 물과 연관된 세계에 들어있는 10대로 설정된 소녀는 소녀같지(girly) 않은 소년 같아 보이는 존재이고, 자신이 아가미를 가진 물고기로 태어났기 때문에 물 속이 숨쉬기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물의 요정같은 환상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끌로드Claude라는 이름은 프랑스에서 남자 이름도 되고 여자 이름도 되는 이름이기 때문에 이 작가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이다..

튼튼한 금붕어 | 작품 중반에 상중 의식에 사용되는 살아있는 물고기인데, 이 두 인물이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물고기로 보고 결국 살려주게 되는 존재이다. 물고기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물고기로 태어났고 아가미가 있다고 믿고 있는 쁘띠 피이으의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의 어린 딸이 자신이 물고기라고 하면서 물 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