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전쟁이 발발한다. 지금 바로 현재 여기에서. 첨단 무기가 사용되다보니 전역이 순식간에 전장이 되고, 사람들은 피난은 엄두도 못 낸 채 그저 근처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뿐이다. 사방은 어둡고 밖에서는 끊임없이 포성이 들려온다. 현대전은 2, 3일 만에 끝난다고 생각했건만, 이 전쟁은 5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비정규 식량 분배자’는 갑자기 벌어진 전쟁의 와중에 건물 지하실로 피신하게 된 네 남녀의 생존 이야기다. 처음엔 서로 위로해주고 도와가며 이 위기를 견뎌나가자고 다짐하지만, 전쟁이 점차 길어지자 먹을 것이라는 단순필연적인 조건 앞에서 인간성이라 불리는 것은 사라지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만이 부각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솔직하게 동물적이 되련만, 간간히 멈추었다 이어지는 포성은 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생존이라는 동물적 욕구와 도덕과 양심을 갖춘 인간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 ‘비정규 신량 분배자’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줄거리

어두운 지하실에 네 남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밖에선 포성 소리가 여전하다. 오늘로 이 지하실에 피신한지 10일째. 처음엔 낙관적이었다. 현대전은 단기전이라기에 2, 3일이 지나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일 정도가 지나자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기에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다. 식사와 배변의 해결은 그들의 현재에 있어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서로 서먹해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문제를 불러일으킬 사람이 없다는 데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저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지라 이 역경을 공동의 힘으로 이겨나가자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먹을 것과 싸는 문제에 당면하자 그들의 생존에 대한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말싸움을 벌이고,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사람을 협박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회유하고, 결국은 폭력이 발생한다. 때로는 같은 곳에 피신해 있다는 연대감이 작용하여 자신들의 피신처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하자 그들은 힘을 뭉쳐 막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전쟁 전의 생활과 그리 다를 바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