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6년 제53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제7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작가 겸 연출가 구자혜가 2017년, ‘예술계 성폭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지금,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 번 폭로한다. 2015년부터 마카다미아, 표절, 검열, 메르스, 멘스플레인 등 동시대의 키워드에 천착해 온 구자혜는, 이번 작품에서 2016년에야 비로소 수면위로 떠올랐던 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무대 위에 소환해 기존의 <킬링 타임>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이 가해자의 사과와 변명, 자기방어 뿐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고 사건화 시키지 않는 제도의 묵인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이 공연은 작년 한 해 수면 위로 떠오른 문단, 미술, 서브컬처 등 다양한 예술 장르 내 성폭력 문제를 무대 위로 소환한다. 이 공연은 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다양한 사례 중 위계 그리고 예술가라고 불리는 자들의 자기도취에 의한 성폭력과, 피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발할 경우 창작의 기회를 다시는 얻을 수 없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부조리에 집중한다. 2016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실린 송섬별 번역가는 “어떤 사건에 대해 기록하는 역할을 문인인 자신들이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공연은 기록되지 못하고, 배제되었던 사실들을 무대화시킨다. 그 지면의 무대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지면 혹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지면 혹은 무대는 누구에게 독점되었나? 배제되었던 지면을 무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작품 제목 내에 [부록]이라는 단어를 삽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