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제33회 전국연극제 금상수상기념 축하공연 -조선사관의 이야기를 통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 “기록은 지금 이 순간과 다음 세대의 지침인 것이다. 그 모든 걸 참고 견디며 실록에 담아내야 한다. 그것이 사관의 사명이요 본분이다. 후대가 그 기록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사관의 존재는 충분한 것이다” 조선의 실록은 그 시대 인물들의 업적뿐만 아니라 치부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관들의 숨결을 통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흔적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단순한 조선의 사관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 오늘과 내일을 함께 살아가야 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번 연극은 황량한 이 시대의 치유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줄거리
성종의 치세, 사십 대 후반의 사관 박승원은 늘 그렇듯 춘추관에서 실록의 기록 작업을 한다. 그러던 중 폐비윤씨에 관한 기록을 보기 위해 춘추관으로 찾아 온 어린 세자, 연산군의 간절한 부탁을 듣지만 정중히 거절하면서 따뜻하게 안아준 뒤 아픈 과거의 흔적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한다. 십여 년이 흘러 왕위에 오른 연산군의 치세, 박승원은 후배 최일경과 함께 기록 작업을 하는데 현실과 타협하려는 최일경과 충돌한다. 그러나 박승원은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지침이라고 이야기한다. 수년이 흘러 연산군은 유자광과 임사홍의 꼬임에 사림들을 숙청하고, 자신에게 멍에였던 어머니 폐비윤씨에 대한 기록을 지우기 위해 춘추관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박승원은 임금 연산의 명을 단호히 거절한다. 연산군은 박승원의 오른쪽 손을 직접 칼로 자르고 유자광과 임사홍에게 그의 처형을 명한다. 다시 세월이 흘러 연산군은 폐위되고 중종의 치세. 어느덧 오십 대가 된 최일경과 새로 들어온 젊은 사관이 함께 기록 작업을 한다. 젊은 사관은 과거 박승원의 젊은 모습과 흡사하다. 세속적이나 인간미 있는 젊은 후배를 보면서 최일경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부러워한다. 기록 작업 중 젊은 사관은 충신이자 개혁자였던 조광조가 사약을 받은 것에 대해 그것을 정당한 처사였다고 기록하라는 권신들의 강요에 고민한다. 최일경은 젊은 사관에게 사실을 사실 그대로 적되 사략에도 그 권신들의 입장을 함께 쓰라고 말한다. 이어서 후대 사람들도 역사를 보며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주어야 한다며 사략을 적는 부분의 여백을 많이 남기라고 충고한다. 젊은 사관은 최일경의 가르침에 따라 작업을 하며 사관의 임무에 충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