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여행 다닐 때 지도를 잘 안 갖고 다닙니다. 방황하길 좋아하죠.
베토벤 다음에 어떤 작곡가가 눈 앞에 나타날지는 저도 모릅니다."
[백건우: 2006년 12월 연합뉴스 인터뷰 中]
2007년 그의 나이 예순 한 살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마라톤 리사이틀을 완수한 백건우가, 10년 만에 다시 ‘피아노의 신약성서’(한스 폰 뷜로, 베를린 필 초대 지휘자 코멘트)앞에 앉는다.
2007년 이후, 백건우는 메시앙(2008년), 리스트(2011년), 슈베르트(2013년), 스크리아빈-라흐마니노프(2015년)로 연구 대상을 옮기며, 그때마다 혼신의 힘으로 작곡가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었다. 음악사는 학자의 구분으로 시대가 갈리지만, 그에겐 베토벤이 현대적이고 생생한 작곡가이다. 10대 시절부터 숱하게 베토벤을 연주해왔지만 인생 후반기 들어 그는 악성(樂聖)의 위대함을 절감하고 있다. 왜 그런지 스스로 느낌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삶에 지금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7년, 일흔 한 살의 백건우는 우리네 삶과 베토벤을 다시 돌아보기에 적절한 시간이 됐다고 판단한다.
아르투르 슈나벨, 빌헬름 켐프, 빌헬름 박하우스, 프리드리히 굴다, 알프레드 브렌델, 클라우디오 아라우,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안드라스 쉬프가 남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의 유산은 백건우로 이어진다. 2000년대 중반, 세상과 마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류 가운데 그의 기록은 독보적이다.
터치의 명확성과 강인함, 애매한 소리는 전혀 없는 완벽한 건반 컨트롤, 빠른 패시지에서도 균일함을 잃지 않는 탁월한 테크닉은 그동안 그가 상업적으로 베토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오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힘이 심장을 떨리게 하는 한편, 가슴을 저미는 멜로디로 청중에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백건우식 베토벤은 동시대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렵다. 진귀하고 품격 있는 연주가 무엇인지,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공연은 그의 여러 공연 중에서도 무게감이 다르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유명한 곡을 그냥 늘어 놓지 않습니다. 작곡가의 마음에 스며들어 더 나은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번호 순서대로 연주하기보다는 베토벤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출판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을 베토벤이 의도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가를 음미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음표들이 사랑하고 서로 끌리는 대로 곡의 순서를 정합니다.”
국내에서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었던 백건우의 품위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앨범을 통해 정점을 맞이했다. 그의 음악 세계가 유럽과 아시아에 더욱 알려지고, 명실공히 거장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도 바로 이 시리즈 음반의 과실이다.
2017년, 백건우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쇼맨십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베토벤 연주가 만연한 세상에서 천천히 감성의 눈을 뜨게 하는 그의 베토벤은 매연 속에 느끼는 산소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음악의 위대함이 듣는 이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슴 속에 무언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음악을 통해 진실을 전하려는 백건우의 사랑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에서 극치를 맞이할 것이다.
베토벤 다음에 어떤 작곡가가 눈 앞에 나타날지는 저도 모릅니다."
[백건우: 2006년 12월 연합뉴스 인터뷰 中]
2007년 그의 나이 예순 한 살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마라톤 리사이틀을 완수한 백건우가, 10년 만에 다시 ‘피아노의 신약성서’(한스 폰 뷜로, 베를린 필 초대 지휘자 코멘트)앞에 앉는다.
2007년 이후, 백건우는 메시앙(2008년), 리스트(2011년), 슈베르트(2013년), 스크리아빈-라흐마니노프(2015년)로 연구 대상을 옮기며, 그때마다 혼신의 힘으로 작곡가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었다. 음악사는 학자의 구분으로 시대가 갈리지만, 그에겐 베토벤이 현대적이고 생생한 작곡가이다. 10대 시절부터 숱하게 베토벤을 연주해왔지만 인생 후반기 들어 그는 악성(樂聖)의 위대함을 절감하고 있다. 왜 그런지 스스로 느낌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삶에 지금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7년, 일흔 한 살의 백건우는 우리네 삶과 베토벤을 다시 돌아보기에 적절한 시간이 됐다고 판단한다.
아르투르 슈나벨, 빌헬름 켐프, 빌헬름 박하우스, 프리드리히 굴다, 알프레드 브렌델, 클라우디오 아라우,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안드라스 쉬프가 남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의 유산은 백건우로 이어진다. 2000년대 중반, 세상과 마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류 가운데 그의 기록은 독보적이다.
터치의 명확성과 강인함, 애매한 소리는 전혀 없는 완벽한 건반 컨트롤, 빠른 패시지에서도 균일함을 잃지 않는 탁월한 테크닉은 그동안 그가 상업적으로 베토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오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힘이 심장을 떨리게 하는 한편, 가슴을 저미는 멜로디로 청중에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백건우식 베토벤은 동시대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렵다. 진귀하고 품격 있는 연주가 무엇인지,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공연은 그의 여러 공연 중에서도 무게감이 다르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유명한 곡을 그냥 늘어 놓지 않습니다. 작곡가의 마음에 스며들어 더 나은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번호 순서대로 연주하기보다는 베토벤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출판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을 베토벤이 의도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가를 음미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음표들이 사랑하고 서로 끌리는 대로 곡의 순서를 정합니다.”
국내에서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었던 백건우의 품위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앨범을 통해 정점을 맞이했다. 그의 음악 세계가 유럽과 아시아에 더욱 알려지고, 명실공히 거장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도 바로 이 시리즈 음반의 과실이다.
2017년, 백건우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쇼맨십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베토벤 연주가 만연한 세상에서 천천히 감성의 눈을 뜨게 하는 그의 베토벤은 매연 속에 느끼는 산소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음악의 위대함이 듣는 이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슴 속에 무언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음악을 통해 진실을 전하려는 백건우의 사랑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에서 극치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