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는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위대한 연쇄살인의 이면에는 뛰어난 천재 집단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있고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다. 연쇄살인에 숨겨진 철학적 배경, 각기 다른 세계관을 두고 벌이는 학사들의 대립, 수수께끼를 간직한 궁궐의 수많은 전각들... 수학, 천문학, 언어학, 역사, 철학, 음악, 건축, 미술 등 방대한 지식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마방진, 지수귀문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에 숨겨진 단서는 짜릿한 지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향원지, 열상진원, 집현전, 경회루, 아미산, 강녕전 등 경복궁의 여러 건축물에 숨겨진 철학적 수수께끼도 흥미롭다. 흠잡을 데 없이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놀랍도록 다양한 지식들, 허탈할 정도로 예상을 배반하는 반전,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역사책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생생한 시대상, 현실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스토리 전개. 세종은 반대파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군왕으로 그려진다. 은밀한 비밀결사인 작약시계의 계원인 집현전 학사 성삼문, 이순지, 박팽년, 강희안 등도 개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인물형으로 거듭난다.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와 부제학 정인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라이벌로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줄거리

집현전의 학사들이 궁내 곳곳에서 의문의 죽음을 연쇄적으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젊은 겸사복 강채윤이 사건을 맡게 되어 궁내의 실학자들과 시체 검안을 맡은 반인과 산술에 능한 무수리 등의 도움을 받아 많은 한계를 극복하며 수사를 펼친다. 그 젊은 말단 겸사복은 마방진과 오행의 이치를 따르는 살인, 의문의 활자, 죽은 학사들의 특별한 업무 등을 단서로 살인자를 쫓던 중에 그 연쇄살인의 실체가 거대한 시대적 대결구도 속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학사들의 죽음의 이유를 알아낸 젊은 겸사복은 연쇄살인의 고리를 끊으려 애쓰다 자신이 죽을 고비도 넘기게 된다. 그런 후에 젊은 겸사복은 주상 세종의 개혁의지와 그 반대세력에 대한 지난 20년간의 소리 없는 전쟁에 관하여 듣게 되고, 숨 돌릴 틈 없이 연속된 며칠간의 사건은 주상이 자주적인 새 글자를 창제한 것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세종의 자주정신과 개혁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비밀서책을 명으로 빼돌려 그가 주도하는 조선의 변화를 막으려 하고 주상의 목숨까지도 노린 세력의 실체를 젊은 겸사복은 뛰어난 논리와 추리와 목숨을 건 기지로 밝혀낸다. 또한 젊은 겸사복은 훈민정음이라 명해진 새 글자의 창제 원리와 그 속에 담긴 정신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 목숨까지 걸었던 왕의 학사들에게 감동한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랑하게 된 여인 소이와 함께 왕과 그의 학사들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라는 마지막 어명을 받고 궁을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