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거친 역사와 함께 살아 온 작가 채만식
시대를 향해 저항을 외치다
가장 뼈아팠던 식민지 시대와 해방기, 그 거칠었던 역사의 강에는 작품으로 말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작가 채만식이 있었다. 그의 후기작 <제향날>이 박제된 글을 뚫고 생생히 모습을 드러낸다. 굴곡진 현실을 거침없는 풍자와 냉철한 필치로 써내려간 채만식은 반세기에 걸친 한 가족의 삶에 시대를 향한 저항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극 중 얽히고설킨 시공간의 배경은 오랜 시간 이 작품을 섣불리 무대 위로 불러내지 못했다. 드디어 2017년, 길고 긴 역사의 타래가 풀어진다.

“어느 집에서는 불씨가 삼대 째 내려오느니 사대 째 내려오느니 하고...”

혹독한 세상에 맞선
한 가족의 꺼지지 않는 불씨
한 때는 살림살이도 풍부하고, 윤기가 흐르는 집에 살았던 최씨는 낡아 바스러진 황량한 집에서 남편의 마흔두 해째 제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학혁명 때 집안의 돈을 숱하게 갖다 버린 남편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형장으로 걸어 들어가 의롭게 죽었고, 아들은 독립만세를 부르는 소리가 천지를 뒤엎은 시절 상해로 떠나 18년 간 소식이 없다. 이제 곁에 남은 손자가 학교만 마치면 다만 몇 날이라도 편히 살겠다 싶지만, 이름도 생경한 사회주의운동에 빠져있다. 녹록치 않았던 최씨의 인생은 스스로 불씨가 된 사람들과 함께 한 우리 민족의 역사 그 자체이다. 여전히 암담한 시대, 혹독한 불길을 지나온 이들이 우리에게 묻는다. 다음의 불씨가 되어줄 이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