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남도]는 짙은 토속의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생명의 근원 탐구와 인신(人神) 출현의 계시로써 독특한 설화적 세계를 재창조한 박상륭님의 중.단편 소설집인 '열명길'에 실려 있는 남도1을 각색한 것이다.이 작품은 원작자인 박상륭님이 1970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시기 전에 집필되어 그 해 문학지를 통해 발표되었다.바닷가에서 주막집을 하던 덕산댁 이라는 할머니와 그 할머니를 해바라기하며 한 평생 고자 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할아버지가 보름달이 환하던 어느 날 밤바다로 나가 서로 남몰래 숨 겨놓고 살았던 이야기들을 달그림자 어리는 배위에서 풀어 놓기 시작한다.

노년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과 이별..
연극 <남도1>은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 시집온 지 3개월 만에 과부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우리 삶에 있어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여러 사람의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승화된 적은 많지 않다.이번 <남도1>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편안히 감상하고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같이 감동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문학과 연극의 만남>

한국 문학의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온 소설가 박상륭님의 단편소설집 열명길에 수록된 [남도.1]을 한국 유일의 연출가그룹인 혜화동1번지 4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깊이 있는 해석과 감각적인 연출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젊은 연출가 박정석이 직접 각색하여 무대 공연화 한다.주모와 사공을 비유하듯 뒷벽에 비치는 달과 빈 무대에 부려진 나룻배 한 척, 주막을 상징하는 등불 하나로 볼거리를 상징으로 최소화한 무대에서 원작의 난해하고 형이상학적인 주제와 구성방식을 관객들에게 객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 할 것이다.노년의 쓸쓸한 주억거림이며,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회한의 언어인 동시에 결핍에 시달리는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독하고 아픈 작가의 언어를 원작이 지닌 문학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방향으로 무대 위에서 육화하는 배우와 정교한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대의 재발견>
정형화된 연극 어법을 탈피하여 남도 특유의 생생한 사투리가 선율에 실려 노랫말처럼 리드미컬하게 무대 위에 구현 된다.더불어 극중 감정선의 흐름을 표현하는 효과음을 기계음이 아닌 단아하고 서정적인 라이브연주로 삽입하여 무대가 확장되고 관객의 상상력이 배가되는 독특한 질감의 공연이다.

줄거리

참말이제 잘 가씨요.
그라고 질게질게 살아 보씨요.

할아버지는 늙도록 결혼도 못하고 배 한척을 이용하여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어느 날 저녁 덕산댁이 불쑥 할아버지를 찾아온다.덕산댁은 할아버지가 그토록 흠모해왔지만 농담 한번 던져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았던 객사 주막의 주모 할머니이다.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다짜고짜 배 한번 태워달라고 부탁한다.이게 꿈이냐, 생시냐, 비몽사몽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할아버지는 배위에서 노를 젓고 있다.배를 저어 가다가 당최 무슨 말을 건네도 조용하기만 한 할머니는 무슨 사연인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이상한 말들을 건네다가 이윽고 자기가 죽거든 큰 돌에 매달아 바다에 던져 달라고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