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의 부제는 <파우치 속의 욕망>이다. 핸드백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없고 안에 넣을 수밖에 없는 파우치. 그것은 드러낼 수 없는 여자의 감춰진 욕망을 의미한다. 본 연극은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 네 편의 옴니버스 극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장르의 구분을 두어 (“약사의 아내”는 코미디, “나의 아내들”은 그로테스크 코미디, “아가피아”는 목가극, “불행”은 드라마) 공연을 관람하는 데 소소한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막이 오르면 기차역 대합실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나와 있는 이 여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체홉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남편 친구의 구애에 내숭 아닌 내숭으로 거절하지만, 사실 그런 구애가 싫지 않은 소피아. 젊은 한량 사프카에게 빠져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시골 여자 아가피아. 남편과의 일상적인 지루함 속에 찾아온 옵테소프에게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약사의 아내.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내들을 살해하는 라울 시냐 보로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주인공들의 이성과 욕망 사이의 갈등을 연극을 통해 만나보자.

특히, 이번 <체홉, 여자를 읽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특성화 극장 운영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에게 체홉의 문학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줄거리

Episode 1. 약사의 아내 - 모두 잠든 시간. 약사의 아내는 오늘도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그녀에게 이 약국에서의 생활이 지겹기 때문이다. 약국 이층에 위치한 집에 창문을 열고 기대선 그녀. 우연히 지나가던 장교들의 말을 엿듣게 된다. 약사의 부인이 미인이니 늦었더라도 약을 사면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떠드는 말이다. 그녀 이상하게 이 상황이 흥분이 된다.

Episode 2. 나의 아내들 - 라울 시냐 보로다, 즉 푸른수염은 자신을 7명의 아내를 살해한 기괴한 연쇄 살인마의 모습으로 묘사한 오페라를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고자 편지를 쓰는데...

Episode 3. 아가피아 - 나, 사프카, 아가피아는 지금 낚시터에 있다. 나와 아가피아는 아는 사이이며, 아가피아와 사프카는 불륜관계이다. 아가피아는 기차소리가 들리면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Episode 4. 불행 - 변호사 일리인은 친구인 안드레이의 부인 소피아에게 긴 시간 구애를 해왔다. 미친 짓인 것을 잘 알지만 제어하지 못하게 된 지도 오래다. 소피아는 그런 일리인의 구애를 항상 거절해 왔다. 그러나 그 거절이란 게 말뿐인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거절은 거절이지만 확실하지 않고 모호한, 그래서 듣는 사람은 오히려 더 오기가 발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