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이야기가 들려온다!
연극 <그림 같은 시절>은 조선조의 대표적인 화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이야기를 뽑아냈다.
그래서 마치 조선조 후기의 인물들, 즉 선비, 관리, 기생, 한량, 부인들이 그림 속에서 그대로 살아 튀어나온 듯하다.
이 작품 안에는 그들의 생활과 관념, 풍속, 사랑과 성, 노래와 춤 등이 함께 녹아 있다.
한편 <그림 같은 시절>은 혜원의 그림을 단지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그림의 평면적인 해석을 뛰어넘어 음악, 미술, 영상, 의상 등의 입체적인 연출과 시조처럼 유려한 대사로 관객들을 조선조 후기의 또 다른 시공간 속으로 초대한다.
∥ 고전과 현대 예술의 절묘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그림 같은 시절
<그림 같은 시절> 의 구성은 그림에 대응하는 단편적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니라 두 갈래의 깊은 연정이 떨칠 수 없는 인연에 따라 풀어지고 맺어지며 서로 교차하는 구조로, 우리의 전통 가락처럼 풀어지면서도 치밀하게 엮여 있다.
이 작품은 2차원의 평면적 공간이 3차원적 무대로 전이되면서 회화의 세계가 일상의 세계로 펼쳐진다.
회화는 영상이라는 매개로 인해 무대 위에서 보여 질 것이며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고뇌가 초탈될 때 현실은 다시 회화라는 예술의 세계로 굳어진다.
즉, <그림같은 시절>은 평면에서 입체, 그리고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인생사의 시공간을 흐르다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순환과 교차의 공간이다.
또한 <그림 같은 시절>에는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음악과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있다. 이러한 조합은 뮤지컬적인 조합이 아니라 일상 속에 녹아있는 또 다른 일상으로서의 춤과 노래다. 예를 들어, 기생과 사당패의 삶 속의 여흥과 유희는 분방하게 펼쳐지지 않고 일상과 비 일상의 경계에서, 격정과 절제된 아픔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뿐만 아니라, 인물이나 미술, 특히 의상은 최대한 고증을 거쳐 당대의 풍취를 자아내게 한다.
등장인물들 또한 박제된 과거의 사람이 아니라 현대적 의식을 가진 깨어있는 인물들로 표현된다.
이로서 <그림 같은 시절>은 감각적 고전성과 현대성이 조화된 스타일로, 표현의 조합과 연기 방식 또한 고전적 매너로 현대적인 정서와 의식을 표출할 것이다.

줄거리

엇갈리는 사랑, 만날 수 없는 인연, 헤어질 수 없는 인연
젊은 선비 수석은 나이든 기생 해어수에게 빠져 집안까지 저버렸다.
해어수는 수석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집요한 그의 구애에 결국 마음을 연다. 둘은 정처 없는 유랑을 떠난다.
독수공방하던 수석의 아내 서희는 이웃 선비 희윤과 눈이 맞는다.
그러나 엄중한 시절에 불륜을 어찌할꼬. 밀고 당기고, 망설이고 주저하던 끝에 둘은 함께 길을 떠난다.
그렇게 산천을 떠돌다 때로는 사당패와, 때로는 소장수와 어울려 살기도 하고… 그러길 6년.
남도로 가는 어느 작은 길목에서 두 쌍은 우연히 마주친다.
그러나 그 뿐. 그들은 짧은 인사만 나누고 엇갈린다.
그리고… 한편
서희의 몸종 달래는 풋사랑에 울고, 늙은 중에게 몸과 마음을 주고, 그러면서 여인으로 성숙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