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춘희 아씨〉: 기획의도
원작 ‘미스줄리’의 ‘귀족과 하인이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같은 사람일지도 몰라요’라는 대사가 도발로 여겨졌을 19세기 말, 귀족과 하인은 쓰는 말도, 다니는 길도, 어울리는 방법도 다른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 모든 질서는 하룻밤 사이 완전히 뒤바뀌어 종국에는 귀족의 딸인 ‘줄리’가 하인 ‘존’에게 명령을 받기에 이른다. 결국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문제작으로 찍힌 ‘미스 줄리’는 19년 간 본국인 스웨덴에서 상연이 금지된다

연극 ‘춘희 아씨’는 1890년대의 시대상, 남과 여, 귀족과 하인, 부자와 빈자, 명령과 복종, 욕망과 체면, 도덕적 타락과 순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당시 혁명적인 작품이라 평가받은 원작 ‘미스줄리’의 배경과 우리의 지난 시대배경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연극 ‘춘희 아씨’는 시대보다 한 발 앞서 갔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폐쇄된 조선 양반 사회, 그 속에서 숨쉬고 있었던 사랑과 욕망의 드라마를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청초한 양반 댁 규수와 투박한 남성미의 머슴이 만들어내는 농익은 유머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고 엄격한 자기 검열과 규제는 욕망과 질투, 배신과 음모에 뒤섞여 긴장감 넘치는 블랙코미디를 빚어낸다. 감춰진 욕망을 드러내고 억압된 인간의 면모를 표출하며 서로를 상처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시대극 안에 녹여냄으로써 원작이 담고 있는 ‘소통의 부재’라는 가장 현대적인 메세지를 던지기 위해
연극 ‘춘희 아씨’를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

줄거리

“춘희 아씨는 오늘 밤에도 영 말이 아니여, 진짜로 정신이 나간 모양잉게.”

1894년 어느 한 여름밤. 전라남도 고흥읍 만석꾼 성(成)대감의 故宅(고택)에서 잔치가 한창일 때, 성 대감댁 머슴 장씨가 그의 정혼녀 부엌댁 황옥이와 함께 부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때 고택에 혼자 남은 대감의 딸 춘희가 들어와 머슴 장씨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명령한다. 감히 함부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던 양반집 규수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머슴 장씨는 정혼녀 황옥이를 두고 그녀에게 숨겨온 연정을 고백하고, 결국 두 사람은 하룻밤의 정사를 나눈다.

막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아름답지만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한 한과 불만을 지닌 춘희 아씨는 정혼자와의 혼약이 깨진 후 극도로 자기 혐오에 빠진 상태인데…

캐릭터

머슴 장씨 | 성대감댁 일을 봐주는 머슴

춘희 아씨 | 성대감댁 외동 딸 양반규수

황옥이 | 성대감댁 부엌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