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작품은 성공을 거둔 작가가 비평가를 찾아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평가는 냉정한 자신의 평가를 유지하려 하고, 작가는 비평가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면서 둘은 날카롭게 충돌한다. 비평가와 작가는 밀도 높은 논쟁 속에서 연극에 대한 입장 차이를 견지하고, 여기에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그 존재감과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둘 사이의 대화는 긴장도 높은 심리적, 논쟁적 드라마를 형성한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형식은 바로 이러한 내용의 2인극이라는 점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 사회에 대한 연극의 역할, 연극이 다루는 진실의 성격, 그리고 연극과 현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비평가와 작가는 매 순간 부딪히며 대결한다. 이들의 논쟁은 연극과 현실이 평면적인 대응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과연 “우리는 현실과 연극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깊게 파고든다.  

<비평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중극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평가와 작가는 최근 성공을 거둔 작가의 작품에 대해 토론한다. 이 토론이 각자 작품 속의 인물을 맡아 함께 대사를 읽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극중극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평가> 속 등장인물인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권투사범과 권투선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사각의 링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 대결이 곧 비평가와 작가의 대결에 겹쳐지면서, 권투의 링은 연극의 진실을 놓고 싸우는 연극의 링에 대응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링은 모두가 자신의 일에 인생을 걸었다는 점에서 서로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