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광장과 광대들, 그리고 전통연희
- 큰새 프로젝트의 새로운 문화컨텐츠 발굴 및 개발의 일환으로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기반으로 한 ‘노부인야류’는 우리에게 친숙한 서구연극의 개념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한국 고유의 연극형식을 취해 소리(樂)와 춤(舞)으로 서사연극을 한 편의 마당놀이로 재창작 되었다. 검열도, 제약도 없는 열린 공간. 과거 한국의 광대들이 무대로 삼아 한판 놀이를 벌였던 바로 그 공간, 광장. ‘노부인야류’를 통해 극장이라는 폐쇄적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 광장에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길 바란다.

연출계획 및 의도
- 넓은 의미에서 마당놀이는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놀이를 포함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농사주기에 따라 혹은 불교생활의 영향으로 벌어진 세시(歲時)풍속놀이를 지칭하는데, 농민들이 느끼는 노동의 피로를 풀고 풍농과 행운을 기원하며 생산과 단결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행해졌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농촌붕괴와 이농(離農)은 마당놀이를 상실하게 했고, 마당놀이들은 현대 양식에 걸맞게 극장에서 부활, 재생해야 하는 운명을 맞았다. 현대의 마당놀이는 극장주의 마당놀이 혹은 탈(비)극장주의의 마당극으로 발전했는데 전자가 복고적 요소가 짙고 총체적(總體的)인데 반해, 후자는 진보적 요소가 짙고 연극성이 강하다. 동시에 전자가 비정치적인 예술지향인 것에 비해, 후자는 정치성과 사회 지향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속 그로테스크함은 한국 고유의 연극인 마당놀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양식 중 하나이다. 기괴하게 뒤틀린 신체나 특정 계급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묘사, 모든 게 과장 된 탈의 모습과 비극적 내용임에도 신명나는 소리와 춤을 통해 사회비판적이진 내용들을 재밌게 풀어냄으로써 오히려 관객들에게 거리감을 유지하며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간들을 주었다. 그러므로 큰새 프로젝트는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한국의 마당놀이로 재창작 하여 원작이 전하고자 한 주제를 극대화 하여 보여줄 것이다.

- 또한 한국 고유의 극 형식에 서양의 극구조를 융합하여 그저 대사로 전해지는 극이 아닌, 소리와 움직임이 있는, 한국적이기에 가장 현대적인 극을 만들어낸다.

장면연출
- ‘노부인야류’는 한국 고유의 가면극인 야류처럼 4장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기존의 가면극이 각 장의 주제만 있을 뿐 서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달리 ‘노부인야류’는 여기에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속 서사를 함축적으로 담으면서 연속적인 서사성을 살린다

줄거리

1과장: 장님과장 -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
                   앞이 보이지 않는 두 명의 장님이 양반들의 굿 판에 찾아와 도시가
망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굿 판을 벌려 사치를 부리는 양반들을 비판하고 풍자한다.
2과장: 노부인과장 - ‘물질’에 길들여져 있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
                     부자가 된 노부인이 과거 자신이 살던 도시로 돌아와 자신을 팔아넘긴 보부상을 죽이면 이 도시를 다시 잘살게 해주겠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3과장: 보부상과장 - ‘물질’에 취해 ‘도덕성’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비판.
                     사람들은 모두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외상을 하며 사치를 시작하고 결국 보부상은 죽고 만다.
4과장: 흑범과장 - ‘권선징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