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민족디아스포라’ <가지>의 작가 줄리아 조, Susan Smith Blackburn 상 수상작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소멸해 가는 언어…
삶의 유한성과 그 유한성으로 인해 아름다운, 인생을 담은 연극!!

우리는 말(언어)을 통해 서로의 마음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모국어를 가진 작가는 언어를 통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조지는 아내 마리가 마음을 적어 전하는 낙서 같은 시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떠나보내고, 연구소 조수 엠마는 조지를 사랑하게 되면서 에스페란토어를 배운다. 작가는 인공어 에스페란토어와 죽어가는 멸종 언어로 극에서 다루어지는 가상 언어 ‘엘로웨이어(語)’를 통해 우리가 말을 통해서 어디까지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는지, 또는 결국 닿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9년 미국에서 초연한 줄리아 조의 <랭귀지 아카이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국제어, 에스페란토어를 무대에서 들어 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언어에 대한 사랑과, 사랑에 대한 언어를 이야기하는 연극!!
이 작품의 인물들은 모두 찬란하게 사랑했던 기억을 갖고 있으며 그 순간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걸 경험으로 배우게 된다. 그렇지만 바로 사랑의 마음이 사라져 버린 곳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열기도 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힘을 얻기도 하며, 다시 한번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말, 언어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결국 공연이란 것이 극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말로 만들어지는 예술이라면 <랭귀지 아카이브>는 그 사라지는 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잡아보려고 하는 시도이다.

재현과 제시를 넘나드는 서사극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랭귀지 아카이브>는 조지가 아내의 달라진 요즘 모습을 관객에게 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을 연기해왔던 ‘배우’들이 자신이 맡았던 인물들의 근황을 얘기하면서 막을 내린다. 희곡에 쓰인 아름다운 문장의 감정지시문이 배우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관객들은 때로 극의 상황 안으로 불려 들어간다. 무대상의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해석을 강조하는 서사극적인 형식의 맛을 한층 살린 특별한 작품이다.

줄거리

소멸되어가는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려 사는 언어학자 조지는 정작 자신의 아내 마리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제 세상에 단 두 명만이 남은 엘로웨이어(語) 구사자 알타와 레스틴은 조지의 연구실에서 엘로웨이어 대신 불완전한 영어로 부부싸움을 벌이느라 사랑의 언어인 엘로웨이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한편 조지의 연구실에서 조수로 일하며 인공언어인 에스페란토를 공부하는 엠마는 남몰래 조지를 사랑하지만 그 어떤 말로도 자신의 마음을 전할 길을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