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국적 리얼리즘의 기념비! 
2007년 한국 연극 best7

길이 보이지 않는 한 해가 계속되었다. 
엘니뇨로 수온이 높아져서 물고기가 사라져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유조선이 바다를 온통 기름 뻘로 만들어버렸다. 봄, 여름 다 허탕이었다. 이번 가을 출항에서 만회하지 않으면 배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 

전진호 어부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조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번번이 빈 그물만 끌어올리길 몇 차례, 결국 강 선장은 밀입국자 운반선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다. 

밀입국 조선족들을 태우자마자 해경의 훈련이 시작되어 길이 막힌다.
귀항을 기다리는 동안 어부들과 조선족 밀입국자들이 친해진다. 갑판에서 벌어진 조촐한 술자리에서 저마다의 사연이 소개된다. 그때 해경의 불심검문이 시작되고 다급해진 어부들은 밀입국자들을 어창에 숨긴다. 겨우 해경을 따돌리고 어창 문을 열었을 때... 전진호는 짙어가는 해무 속에서 파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함께라면 감옥이라도 좋아라!”

[우리시대의 좌절을 그린 연극]
연극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그려야 한다. 실패를 그려냄으로써 쓸데없는 희망을 주는 대신에 실패한 원인을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연극 <해무>는 어떤 결말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선원들의 실패한 삶과 좌절을 그린다. 

[고난을 이겨나가려고 애쓰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선원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과 동료를 위해 역경에 스스로 뛰어든다. 그래서 가난하고 허약하고 한없이 초라해도 끝까지 인간애를 잃지 않는다. 결국 그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해무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멀미가 날 정도로 생생한 무대]
난파된 낡은 어선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 놓은 듯한 섬세하고 디테일한 무대와 소품, 멀미날 정도로 생생한 바다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면서 어느 순간 진짜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된다. 관객들은 뱃사람들의 지독한 고난과의 싸움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삶의 멀미를 함께 느끼고 그들의 처지에 점차 공감하게 된다. 

줄거리

연극 <해무>는 고리대금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는 배를 구하기 위해서 밀입국자들을 운반하게 된 선원들의 이야기이다. 해경의 검문을 피하려고 숨은 어창에서 밀입국자들이 사고로 죽게 되고 그 사실을 숨기려고 시신을 유기하게 된다. 마치 안개를 피하려다가 더 짙은 안개 속에 끊임없이 빠져드는 것이다. <해무>는 어떤 결말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선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연극 <해무>는 고난이 아닌 고난을 이겨나가려고 애를 쓰는 선원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랑하고 동료를 믿고 헌신하고 동료 대신 희생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그들을 위해서 역경에 뛰어든다. 그래서 가난하고 허약하고 한없이 초라해도 끝까지 인간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해무와 싸워나가는 사람들을 부각시킴으로서 오히려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해무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해무와 같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