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1989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언론과 가진 한 인터뷰에서 호세 카레라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일이 있습니다.
“여기, 도와줄 사람들만 있다면 베르디 <레퀴엠> 비디오를 틀어서 당신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소. 카루소라 한들 ‘잉게미스코(Ingemisco, ‘죄 지은 나 고통에 신음하네’ ? 베르디 ‘레퀴엠’의 테너 솔로 부분)’를 이보다 더 잘 불렀을 것 같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카레라스는 끔찍한 병에 걸렸지만,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소. 그가 내게 들려준 얘기들에 의하면 병마와 싸우는 건 아주 힘든 경험이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는 이제 백혈병 재단을 설립해서 그 병으로 고통 받는 또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고 그 일에 아주 큰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참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오. 또 그의 나이가 여전히 젊으니, 우리 모두는 그가 지금부터 새로운 커리어를 멋지게 쌓아가길 함께 빌어줍시다.”
카라얀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거장들의 카레라스에 대한 찬사는 끊임없습니다. 카레라스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체격, 무대에 어울리는 외모, 재능을 골고루 갖춘 아주 특별한 테너입니다.
그의 소리는 귀족적인 특색과 함께 금빛 지중해의 태양을 닮은 풍성한 색감과 화려한 울림, 풍부한 볼륨, 넓은 음역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뛰어난 테너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소위 ‘마음 속의 도’로 불리던 하이 C음의 압박에서조차 그는 예외였습니다. Bb음조차도 그에겐 쉽지 않았지만, 카레라스는 순전히 의지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그는 매우 뛰어난 기본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고, 노래에 대한 열정적인 생각과 오페라 배역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으로 가득 찬 프레이징으로 말미암아 청중과 즉각 소통하는 능력 등이 그의 장기입니다. 그의 섬세한 분위기와 젊음에서 뻗어나오는 매력적인 아우라가 겹쳐져서 이러한 효과들을 배가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