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KBS교향악단 제728회 정기연주회 ‘로맨틱 센티멘털리즘’

19세기 후반의 러시아는 정치적 격동만큼이나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극심한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무소륵스키로 대변되는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가들은 거칠고 야수적인 느낌이 나는 러시아 특유의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차이코프스키는 지극히 세련된 필치로 러시아 예술 전반을 횡단하는 고도의 서정적 감상주의를 표현하였다. 〈교향곡 제6번 ‘비창〉’은 이런 러시아 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우수어린 슬픔의 경지를 극한에까지 표현한 것으로, 교향악으로 풀어낸 ‘내면적 센티멘털리즘(감상주의)의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무소륵스키의 대륙적 다이내미즘과 차이코프스키의 서구주의로 발전을 거듭하던 러시아 음악은 20세기에 이르러 프로코피에프의 강철 같은 서정주의로 또 한번 승화의 과정을 거친다. 강인한 격노와도 같은 첼로와 폭발적인 관현악의 협주로 이뤄진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스탈린의 압제에 신음하던 암울한 시대에도 가장 완벽한 예술을 추구하던 프로코피에프의 고고한 정신이 탄생시킨 기념비적 결과물이다.